연합통신, 현 연합뉴스 기자로 몸담기 전 아주 잠깐 내가 한국관광공사에 몸담았음을 이야기했거니와, 개중에서도 나는 광고과에서 일했으니, 한국관광을 해외에 선전하는 일을 전담하는 부서였다.
수습기간 3개월과 정규직 한달 남짓한 관광공사에서 세뇌받은 한 가지는 관광은 굴뚝없는 산업이라는 슬로건이었으니, 그래 저 말을 지금은 의심해도 그때는 신선했다고 말해 둔다.
이 역시 어디선가 한 말이라 기억하는데, 해외광고라 해서 뭐 대단하다 생각하겠지만, 지금은 또 사정이 달라져서 관광공사 위상도 내가 몸담은 그 시절과는 왕청나게 상승한 것으로 알지만 그때는 그다지 존재감이 컸다 하기는 힘들다. 국가지명도 역시 지금과는 비교가 안 되던 시절이니 말이다.
당연히 해외에 한국관광상품을 제작 배포하는 일이 주된 업무였으니, 그런 짧은 경험이 나한테 깊이 각인한 것 중 하나가 우리가 당연하게 여기는 경관이 시각을 달리하면 그것이 곧 상품이라는 사실이었다.
그때는 동남아, 특히 대만 관광객 유치에 주력하던 때라, 그네들한테 집중으로 선전한 한국관광상품이 눈[雪]이었다.
왜 그런가 했더니 아열대 기후에 속하는 대만에 만년설이 있는 높은 산이 있는지는 모르지만, 또 내가 몸담은 시절이 겨울이라 더 그랬겠지만, 용평스키장이니 하는 눈 관련 상품을 선전하느라 애를 썼다.
"눈이 팔려요?"라고 어느 선배한테 물으니 "대만 사람들은 관심이 많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나는 재학 중 입대한 군대에서 해외여행자율화 시대를 맞았다. 이래 요새는 해외에 한 번 다녀오지 않은 사람이 드문 시대로 접어들었다.
우리 엄마처럼 해외여행은 고사하고 비행기 한 번 못 타본 사람이 상존하기는 하나, 너도나도 해외여행이 필수인 시대를 우리는 산다.
하도 보고 들은 것이 많으니, 또 그렇게 돌아다니며 만나는 모든 것이 우리한테는 생소일 수밖에 없으니, 그런 경험이 축적하면서 우리는 언제나 우리한테 없는 것들을 애타게 갈망한다.
우리한테는 왜 만년설이 없는가? 우리한테는 왜 그랜드캐년이나 장가게 같은 절승絶勝이 없으며, 우리한테는 왜 공룡조차 없냐며 단군 할배를 원망한다.
하지만 그 선망 뒤로 망각한 것들이 있다. 우리한테 있는 모든 것은 오직 우리만 있다는 평범성 말이다. 같은 산이라 해도 같은 눈이라 해도 같은 강이라 해도, 지리산은 오직 우리만의 특허요, 낙동강은 오직 우리만의 자산이다.
우리 것 팔아먹기에도 바쁜 세상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더 많이 나가야 하며, 더 많이 봐야 하며, 더 많이 부러워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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