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探古의 일필휘지

우연히 손에 넣은 만철滿鐵 유리 재털이

by taeshik.kim 2023. 2.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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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리 재떨이에 박힌 그들의 야망>




1. 나는 담배를 핀 적이 없으므로 담배를 잘 모른다. 그리고 담배 관련 물품도 솔직히 관심이 별로 없다(듀퐁 라이터인지 지포 라이터인지, 뚜껑 열면 챙 소리나는 게 멋있다고는 생각했지만).

이 손바닥만한 재떨이를 왜 구했느냐면, 밑에 박힌 로고 때문이다(완물상지玩物喪志라고 하실지 모르지만서도, 이런 건 내가 샀어도 내것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어느 기관에 기증하든지 해서 조만간 나를 떠날 것이기에).


2. 일본이 한국을 넘어 만주와 중국 대륙에 눈독을 들이던 시대, 만주 일대를 헤집으며 철도를 놓고 경영하던 회사가 있었다. 그 이름 남만주철도주식회사-줄여서 만철滿鐵이다.

일본 정부가 지분 50%(나중엔 100%)를 갖고, 제국 일본의 이익을 만주 땅에서 구현하던 이 회사에 관해서는 <만철-일본제국의 싱크탱크>란 단독 저술도 나온 적 있으니 길게 말할 것까진 없겠다.

하지만 '조사부'를 두고 조선의 역사자료를 어마어마하게 수집해 학자들을 동원해가며 이른바 '만선사' 연구를 진행하며 우리나라와도 적잖은 인연(?)이 있는 회사라는 점은 얘기해두겠다.

3. 이 회사는 철도회사라 했지만 실상 오만 데 손을 뻗고 생산하던 기업집단에 가까웠다. 전쟁이 한창이던 때는 철도 레일 만들던 기술로 일본도까지 만들어서 군에 납품했다나(일명 흥아일심도興亞一心刀라고, 수제 일본도보다 품질이 균일하고 뛰어나기로 정평이 났단다. 가격도 쌌다고).

이 유리 재떨이도 바닥에 만철 로고가 찍힌 걸 봐서는 거기서 직접 만들었을 가능성이 커보이는데, 아마 누가 만들자마자 기념품으로 들고왔던지 새것 같은 얼굴이다.





4. 작은 물건이지만 동아시아 근대사의 한 장면을 증언하는 이 파란색 유리 재떨이는, 오늘 이후 과연 누구를 새 주인으로 간택할까? 자못 궁금한 일이지만, 지금의 나로서는 알 길이 없다.

단지 저 돋을새김된 '만테쓰' 로고를 어루만지며 그네들의 야망을 되짚어볼 뿐이다.

아! 아마 앞으로도 여기 담뱃재가 묻는 일은 없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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