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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SAYS & MISCELLANIES

유적은 땅속에 있을 때 가장 안전하다?

by 세상의 모든 역사 2020. 7.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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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말이 얼마나 낭설인지는 내가 여러 번 그 천부당만부당함을 외쳤거니와

그것이 나온 맥락, 혹은 그것이 쓰이는 맥락 모조리를 부정하고 싶지도 많고, 그 정당성 일부는 인정하고 싶거니와 그럼에도 저 말이 한국문화재현장을 망치는 제1 주범이라는 데는 이론이 있을 수 없다.

첫째 저 말은 저에 종사하는 자들이 마그나 카르타처럼 되뇌이지만, 속셈과 허울이 언제나 충돌하며 언제나 저 말은 까서 보고싶다는 말과 등치한다.


 

 



저 말..언뜻 들으면 참 있어 보인다. 와! 멋있는 말이구나 한다. 

하지만 그런 모토를 내건 사람들이 종사하는 분야를 고고학이라 하거니와 저런 말 되뇌이면서 짐짓 문화재보호자임을 자처하면서도, 저들은 발굴없이는 존재할 수도 없고 존재가치도 없다는 형용모순을 산다.

일전에 일선 대학 교육현장에서 고고학으로 벌어먹고 산다는 자들이 성명을 발표한 적 있다. 그들이 이르기를 작금 대학 고고학이 현장발굴이 없어 교육이 제대로 되지 않는다며 우리도 발굴하게 해달라 아우성을 쳤으며, 그런 외침은 지금도 여전하고, 그런 목소리가 어느 정도 먹혀들었는지, 야금야금 대학박물관이라는 데서도 발굴현장을 기웃거리기 시작했다. 첨엔 교육용이라고 한정하더니, 요새는 아예 대놓고 우리도 구제발굴하게 해달라는 요구가 나온다. 교육 운운할 적에 그 속내를 알아보지 못한 건 아니지만, 글쎄, 뭐 뒷간은 들어갈 때와 나올 때가 다를 수도 있으니 그런갑다 하겠다. 

 

문화재, 특히 땅속에 쳐박힌 매장문화재는 땅속에 있을 적에 안전하다고 외치는 정작 그네들은 그런 매장문화재를 까뒤집지 않고서는 존재할 수도 없고, 존재 가치도 없다. 따라서 유적 혹은 유물은 땅속에 있을 때 가장 안전하다 저 말은 할 자격이 없다. 말이나 말든지, 애초 성립할 수도 없고, 성립해서도 안되는 말은 왜 한단 말인가?

 

둘째 저 말은 애초부터 성립불가능하다. 땅속에 무엇이 있다는 건 어찌 아는가? 요샌 지중탐사라는 다른 기법이 있기는 하다만, 애초 저 말이 나올 적에는 그런 기법도 없었을 뿐더러, 그런 땅속에 무엇이 있는지는 파보지 않고서는 알 수가 없는 노릇이니, 애초 저 말 자체가 성립 불가능이다. 


 

 

 

 

솔까 땅속에 있을 때 가장 안전하다 하자. 그렇담 그게 보이니? 눈깔에 보여야 소중한 줄 알지, 땅속에 무엇이 있는 줄을 알아야 안전하건 뭐든 할 게 아닌가?

 

땅속에 있는 걸 어케 알아? 그리고 땅속에 있다고 언제 안전하다던가? 되먹지 않은 말은 집어쳐야 한다. 무슨 유적 유물이 땅속에 있을 적에 가장 안전하단 말인가? 그럴 거 같으면 몽땅 끄집어 내서 보존처리하고 박물관 수장고 쳐박아두는 편이 낫다. 

 

셋째, 저 금언은 한국문화재현장을 망치는 제1 주범이다. 땅속에 있을 때 안전하다는 구실로, 걸핏하면 발굴하고서는 뗏장으로 덮어버리고는 여기가 유적지요, 여기가 사적지요 라는 간판 하나 딜링 걸어놓고는 각종 개발은 미연에 방지하고자 한다. 뭐 니기미 뭐가 있는 줄 알아야 소중한지 귀중한지를 알지 잔디 덮어 골프장 만들어 놓고는 소중한 줄 알라고?

 

되먹지도 않은 소리 집어쳐야 한다. 

 

저 금언은 그리하여 모든 문화재현장에서 땅속이 가장 안전하니, 그런 소중한 매장문화재가 잠든 곳은 손도 대어서는 안 된다는 법칙으로 발전해 우리네 문화재 모든 현장이 야외박물관이 되는 길을 원천봉쇄하는 거대한 가림막이 된다. 

 

봐라! 발굴 끝내고 그 현장 공개한 데 몇군데 되는지? 경주 천마총 한군데밖에 없다고 나는 말한다. 물론 기타 짜부래기 몇 곳이 있기는 하다만, 진정한 현장 야외박물관은 천마총밖에 없다. 

 

우리네 유적공원은 모조리 실패했다. 다른 관광단지나 유흥지와 비교해서 유적공원은 단 하나의 비교우위도 없다. 유적 그 자체로 보여줄 게 하나도 없으니, 누가 유적을 감상하러, 문화를 감상하러 유적공원을 간단 말인가? 그 유적 공원에 유적이 없는 무얼 본단 말인가? 초가 몇 채 덩그러니 지어놓고는 이게 신석기시대 움집이요 청동기시대 접터라고 선전하지만 누가 그걸 보러 간단 말인가?

 

실패했다. 졌다. 것도 처참히 졌다. 왜 졌는지를 알아야 대증요법이라도 나올 것이 아닌가?

 

왜 유적공원이 실패했는가? 혹자는 영국의 스톤헨지를 들기도 하지만, 거긴 땅속에 있던 것을, 더욱 정확히는 땅속에 절반은 쳐박혔고, 다 자빠뜨려져 있던 것을 세워놔서 그걸 보러 가는 것일 뿐이다. 

 

 

 

 

모든 발굴현장은 노출이 기본이다. 노출해서 보여줘야 한다. 노출하지 않으니, 하는 일이라고는 정비업자들 불러다가 듣도보도 못한 21세기 문화재를 만드는 꼴로 귀결하지 않는가?

 

유적은 땅속에 있을 때 가장 안전하다고 하니, 문화재위원이며 문화재청이라는 데가 언제나 하는 꼴이라고는 매장문화재가 그득그득한 곳은 바늘 하나 꽂지 못하게 하고서는 그런 곳을 피해 그 옆 한적한 데다가 겨우 박물관 혹은 전시관이라 지어놓고는 그게 문화재 보호라고 자랑하는 짓거리로 전락하고 말았다. 

 

왜 유적공원이 장사가 안 되는가? 유적공원이라 했지만 유적이 없기 때문이다. 그런 유적이 지하에 있기 때문이다. 더구나 그런 유적에서 그나마 출토한 유물이라고는 모조리 국가에서 강탈해 가버리곤 현장엔 레플리카가 판치는데 누가 부러 간단 말인가? 

 

유적이 지하에 있을 때 안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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