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기 내각 마무리 수순…尹 인선 코드는 '직접 겪어본 인사'
2022-04-13 18:39 한지훈 기자
'전우' 한동훈·'후배' 이상민·'절친' 정호영 등 내각 각료로 발탁
안배론 배제 속 "통합·2030발탁 취지 못살려…협소한 인재풀" 지적도
(서울=연합뉴스) 한지훈 기자 = 윤석열 정부 초대 내각 진용이 대부분 윤곽을 드러냈다. 윤 당선인의 인선 코드는 '직접 겪어본 인사'로 요약된다.
여성 할당이나 지역 안배 없이 실력 본위의 인사를 하겠다고 천명한 가운데 국정운영의 동반자로 '검증된' 인재를 쓰겠다는 뜻을 분명히 한 것으로 보인다.
참 어려운 일이 사람 심기임은 동서고금 막론하고 같다. 이런 일이 잦은 공직사회에서는 50%만 괜찮다는 평가를 받아도 그 인사는 성공적이라는 말이 있으니 말이다.
덧붙여 모든 인사는 언제나 다음과 같은 금언을 봉착하거니와
"구관이 명관!!!"
그 요체는 결국 인사임은 말할 나위가 없으니, 아주 작은 조직을 이끄는 나로서도 말이야 적재적소라 하지만 말처럼 쉬운가?
거꾸로 나를 쓰고자 혹은 쓰야만 했던 선배들 고충도 이만저만은 아니었을 것으로 보나, 뭐 나야 문화재 학술 전문으로 찍혔으니, 그나마 그런 고민은 덜 주지 않았나 자위해 보곤 한다.
암튼 정권 접수를 코앞에 둔 윤석열 정부가 총리를 필두로 새정부 초대 내각을 구성할 후보군을 오늘로 다 발표하고 그에다가 대통령비서실장까지 나 이런 사람 쓰겠다고 공표했으니, 내 순전한 개인 인상이기는 하겠지만, 썩 좋은 소리를 듣는다고는 하기 힘들다.
더구나 그 과정에서 공동정부를 약속한 안철수가 팽당했다며 여차하면 뛰쳐나갈 판국이니 말이다.
그의 첫 인사를 두고 서울법대·60대·영남출신 남성이라는 키워드를 꼽곤 하거니와, 내가 봐도 이건 맞는 말이라, 이를 두고 갑론을박이 이어진다. 역시 인사는 힘들다.
나 개인으로서야 관심사안과 현재 몸담은 분야, 그리고 사회적 관심사라는 측면에서 두 가지를 주목했으니, 아직 차관급 인사가 나지 않은 마당에 첫째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둘째 검사 한동훈 처리 문제였다.
첫번째 자리에다가 윤은 중앙일보 베테랑 기자 출신 박보균을 짱박았으니, 나는 언론계로는 대선배인 박보균과는 직접 인연은 없고, 더구나 주된 활동 분야가 저짝은 정치부, 나는 문화부라서 더더욱 부대낄 연이 없었다. 간단히 말해 내가 그를 평가할 만한 위치가 아니다.
그의 인간성 됨됨이 등등은 풍문으로 들은 바는 있지만, 내가 직접 겪은 바는 아니기에 그걸로 무엇인가를 단안할 처지는 아니다.
다만 그가 이번 초대 예정 내각 최고령으로 만 68세 할배요, 더구나 그 자신은 적극적으로 부인하면서 내도 문화 관심이 많고 전문성이 있다! 고 강변하지만, 누가 봐도 정치부 출신인 그를 문화체육관광 정책 수장에 앉히려는 데는 반발이 없을 수가 없다.
물론 그는 생평 기자였으니, 문체부는 언론 정책 주무부서이기도 하다는 점에서 그의 주된 활동분야와 문체부가 일치하는 대목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정치부 색채가 짙은 언론인을 문체부 장관에 갖다 놓으려는 일이 문화를 주체가 아닌 데코레이션 취급하는 것이 아닌가 해서 못내 씁쓸하다는 말은 해 둔다.
다음으로 한동훈 문제이거니와, 나는 막연히 그런 생각을 해 봤다. 내가 윤석열이라면 한동훈을 어디가 갖다 놓을까? 나 같으면 법무연수원장 자리 하나 주겠다고 생각했다. 중요한 자리에 써먹더라도 조금 시간이 지나서, 그를 향한 관심을 조금은 누그러뜨린 다음에, 그러니깐 집권 중후반기에 이른바 요직이라 할 만한 자리를 주겠다는 생각을 막연히 해 봤다.
그의 법무 장관 지명은 나로서는 의외로 다가온다. 그 속내야 윤만이 알지 않겠는가?
암튼 이번 내각 인선을 보면서 윤이 인의 장막에 처진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강하게 들고, 또, 윤이 생각보다 더 고집불통 아닌가 해서 그 고집불통이라는 측면에서 문재인 또한 한가락 한다는 점에서 어쩌면 문과 윤은 서로를 비추는 거울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짙게 든다.
그러면서 나는 왜 그런 인사는 못하냐 하는가를 묻곤 하니, 그 반론으로 내가 제시하고자 하는 인사가 두 케이스라 하나는 노무현이고 다른 하나는 이명박이다. 더 구체적으로 저 두 사람이 얽힌 특정한 사건 두 가지를 소개하고 싶다.
노무현이 행정 달인이라는 고건을 총리로 발탁할 무렵인데, 이는 다름 아닌 고건 회고록에 나오는 이야기다. 고건을 총리로 내정하면서 노무현은 조각권 전체를 아주 몽땅 다 고건한테 줘버렸다. 법무 장관 한 자리만 제가 하겠습니다는 말과 함께 실제로도 고건이 추천한 장관후보자들이 모조리 다 장관이 되었다고 고건은 회고한다. 그 딱 예외 한 자리가 나중에 보니 강금실이었다고 한다. 그 강금실 카드는 지금 윤석열이 던진 한동훈 카드랑 실제 판박이다.
이건 이명박 회고록에 나오는 내용인데 그가 서울시장에 당선된 직후 일이다. 시장에 당선되고 나니 온사방에서 투서가 밀려들더란다. 그 중에 누가 청계천 복원 계획을 반대했는지, 그 반대명부가 좍 이명박한테 들어왔단다. 이들이 반대했으니 이들을 중용해서는 안 된다는 투서였던 것이다.
이 대목에서 이명박은 역시 대기업에서 잔뼈가 굵은 사람이고 사람 쓸 줄을 안다고밖에 할 수 없다. 시장에 취임하고서 이명박은 청계천 복원을 반대한 공무원들만 골라서 일부러 그들을 중용하고는 그들한테 그 사업을 맡겼다고 한다. 결과는?
분골쇄신하면서 일하더란다.
노무현과 이명박의 그 통 큰 인사를 윤석열이 지금은 늦었지만 앞으로는 배웠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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