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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SAYS & MISCELLANIES

경복궁 한복, 안동 우와기

by 세상의 모든 역사 2022. 4.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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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을 넘어 성큼 여름에 들어선 오늘, 수송동 공장 인근 경복궁 주변으로는 부쩍부쩍 한복 걸친 이가 많아졌으니, 그것이 한복인가 하는 진부한 논란은 차치하고, 암튼 그리 걸치면 입장료도 면제해주고, 한복은 사진빨 잘받게 해주니 젊은 친구들이 선호한다. 둘러 보면 경복궁에서 한복 걸친 이로 뇐네는 단 한 명도 없다! 

같은 시간 경북 안동. 차기 정부를 접수하는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안동을 찾았다는데, 그 과정에서 달성으로 숨어든 박근혜를 만난다나 하는 소문도 돈다만, 암튼 이 냥반 안동 순수巡狩를 포착한 자료들을 보니 뿔싸 또 우와기 걸친 할배들이 수가隨駕 행렬에 잔뜩이다. 도포 걸치고 갓쓴 할배들 말이다. 

 

안동을 찾은 윤석열

 

 

평소엔 보이지도 않던 이런 분이 어찌나 안동에는 그리 많은지 신통방통하다. 안동 거리 돌아다녀봐라 이런 분 길거리에서 만나기 가뭄에 난 콩만 같다. 한데 어찌하여 모름지기 이런 행사에는 저런 복색을 한 분만 모습을 드러낸단 말인가?

그래 나는 같은 경북이래도 안동보다는 조금 격이 떨어지는 김천 사람이라 그런지 모르겠다만, 왜 저런 행사에 안동에는 모름지기 우와기 행렬인가 못내 분통 터지지 않을 수 없다. 그리고 왜 저런 행사에 또 모름지기 할배만 잔뜩인가? 할배만으로는 지겹다 하니 가끔씩 종부 할매도 초청하긴 하더라만 그래 안동에는 찢어진 청바지 걸치고 배꼽티 입은 젊은이는 없는가? 왜 모름지기 우와기에 도포차림 종가 어른들이란 말인가?

같은 한복인데 같은 시각 왜 경복궁은 맵시를 내세우는 21세기 젊은이 한복임에 견주어 안동은 왜 시간을 거꾸로 거슬로 조선시대 한복이란 말인가? 그래 내가 그 맘 모르는 바는 아니다. 이미 고인이 된지 오래인 우리 아버지도, 그리고 큰아버지도 손님을 맞을 때면, 또 제사를 지낼 때면, 또 오일장 가는 일 말고 외부로 출타할 적에는 모름지기 대님 짜매고 우와기 걸치고 나서기는 했다. 그 마음을 내가 이해 못하겠는가?

하지만 왜 모름지기 안동이 언제나 21세기에도 대님에 우와기에 도포여야 하는가? 나는 저에서 안동과 경북을 향한 뿌리 깊은 불신의 한 자락을 본다. 그 불신이란 무엇인가? 그 어떤 변화와 변혁도 거부하는 보수, 젊음은 한 번도 주류가 된 적 없는 그 늙은 보수를 본다. 

 

신난다 재미난다.

 

왜 안동하면 저런 일이 빈발하는가? 저런 차림만 주최측에서 초청하기 때문이다. 지역 유지라 해서 종가 사람들만 초대하기 때문이다. 

퇴계의 고장이라? 퇴계의 고장이라는 말이 21세기에도 우와기가 주류여야 한다는 말과 동의어일 수는 없다. 내가 아는 안동은 끊임없는 변혁의 고장이다. 왜 그런 고장을 조선시대로 묶어두려 하는가? 

나는 안동에서 찢어진 청바지와 배꼽티를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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