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漢詩 & 漢文&漢文法

은빛 준어가 뛰어오르면 배부른 누에는 잠을 잔다

by taeshik.kim 2018. 5.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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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시, 계절의 노래(40)


4월(四月) 


[명(明)] 문팽(文彭) / 김영문 選譯評 


강남의 소만 때가

나는 좋아라


처음 오르는 준치가

얼음 빛이네


봄누에 잠 든 후

오디새 울고


새로 모낸 벼 논 모두

초록 천지네


我愛江南小滿天, 鰣魚初上帶氷鮮. 一聲戴勝蠶眠後, 插遍新秧綠滿田. 


은빛 준어가 뛰어오르는 모습은 상상이 어렵지는 않다. 역광을 배경으로 한 해질녁 강물을 바라보면 이런 풍광이 요즘도 드물지는 않다. 때는 소만. 24절기 중 하나로 만물이 점차 성장하기 시작해서 가득찬다 뜻이다. 여름 입구인 입하立夏와 망종芒種 사이에 든 절기로 양력 5월 21일 무렵이다. 벼가 한창 자라기 시작하고, 누에 역시 왕성한 식욕을 자랑한다. 


(2018.05.22.) 




늦봄과 초여름이 교차하는 소만小滿 때 중국 강남 강촌의 일상 풍경을 담담하게 읊은 시다. 당시唐詩보다는 송시宋詩의 풍격에 가깝다. 음력 4월 즉 양력 5월이면 논밭에서 보리를 거두기 시작하면서 춘궁기가 끝난다. 산에서 나는 산나물도 사람들의 입맛을 자극하며 주린 배를 채워준다. 새로 심은 벼는 온 들판을 파랗게 물들이며 가을철 풍성한 거둠을 기대하게 한다.


여기에다 봄 강에는 온갖 물고기가 돌아와 비늘을 반짝이며 퍼덕퍼덕 헤엄친다. 여름에 돌아오는 은어, 가을에 돌아오는 연어처럼 봄에도 강을 거슬러 올라오는 회유성 물고기가 있다. 황어와 준치가 그것이다. 그 중에서도 특히 준치는 음력 4월에서 5월(양력5월~6월) 무렵 바다에서 큰 강 하류로 돌아와 알을 낳는다. 청어과에 속하며 등은 약간 검푸르고 배쪽은 은백색이다. “썩어도 준치”라는 말처럼 맛이 너무나 좋아서 ‘진어(眞魚, 진짜 물고기)’란 별명도 있다. 한자로 ‘시어鰣魚’로 쓰는 것은 매년 일정한 시기에 강으로 돌아오기 때문이다.


은어


준치는 맛이 좋아 회로도 먹을 수 있지만 잔가시가 많아 장만할 때 주의를 요한다. 잔가시라 해도 뼈가 단단하기에 아주 잘게 썰든가 아니면 세심하게 가시를 제거하고 회를 떠야 진미를 맛볼 수 있다. 봄날 수향水鄕의 풍미는 우리의 미각 뿐 아니라 시심詩心까지 돋우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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