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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시, 계절의 노래(41)
찔레꽃[野薔薇]
[송(宋)] 양만리(楊萬里) / 김영문 選譯評
붉은 꽃 지고 녹음이
벌써 짙을 때
길 가의 산꽃도
드물어졌네
추레하게 남은 봄이
자상하게도
찔레꽃에 연지를
짙게 칠했네
紅殘綠暗已多時, 路上山花也則稀. 藞苴餘春還子細, 燕脂濃抹野薔薇.
(2018.05.22.)
“찔레꽃 붉게 피는 남쪽나라 내 고향/ 언덕 위에 초가삼간 그립습니다.” 가수 백난아의 「찔레꽃」이란 대중가요다. 이 시에서도 “찔레꽃에 연지를 짙게 칠했네”라고 읊었다. 찔레꽃은 대개 흰색 꽃잎에 연노랑 꽃술인데 왜 붉다고 했을까? 드물지만 붉은 찔레꽃도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나는 오히려 고향을 그리는 마음이 사무쳐서 흰 찔레꽃을 붉게 인식하지 않았나 생각한다.
나는 철이 들 무렵부터 어머니께서 더러 「찔레꽃」 노래를 나직이 부르시는 걸 들었다. 우리 어머니는 일제강점기에 태어나서 어릴 때 어머니(내겐 외할머니)를 잃고 많은 어려움을 겪으셨다. 그 시절 모든 어머니들이 그러하듯 우리 어머니의 삶에도 파란만장한 현대사의 고통이 그대로 스며 있다. 나와 우리 형제자매가 태어나기 위해 그토록 곡절많은 역사가 있었다. 우리 외가는 우리 친가에서 남동쪽으로 30리 정도 떨어진 곳이지만 어머니는 자주 “찔레꽃 붉게 피는 남쪽나라 내 고향”을 읊조리셨다.
요즘도 「찔레꽃」을 들으면 어머니 생각에 가슴이 찌르르 해온다. 붉은 찔레꽃 핀 늦봄 풍경을 한적하게 읊은 이 시에서도 우리 어머니의 「찔레꽃」 가락이 연상된다. 부디 오래오래 건강하시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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