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漢詩 & 漢文&漢文法

부처님은 샤워를 좋아해

by 세상의 모든 역사 2018. 5.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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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시, 계절의 노래(39)


4월 8일 절구 세 수[四月八日三絶] 중 둘째  


[송(宋)] 유극장(劉克莊) / 김영문 選譯評 


아홉 용이 향기로운
물을 토하여

아기 부처 씻긴 일은
벌써 천 년 전

참된 도는 본바탕에
때가 없는데

해마다 씻김을
그치지 않네
九龍吐香水, 茲事已千秋. 道是本無垢, 年年浴未休. 


(2018.05.22.) 


남한산성 장경사


부처님은 고대 인도 카필라국(迦毘羅, Kapilavastu) 슈도다나왕(淨飯王, Śuddhodāna)의 태자로 태어났다. 그의 어머니 마야부인(摩耶夫人, Māyā)이 당시 풍습에 따라 아이를 낳기 위해 친정으로 가던 도중 룸비니 동산(藍毗尼園)에 이르렀는데, 이 때 산기를 느끼고 무우수(無憂樹, asoka) 가지를 잡자 부처가 모후의 오른쪽 옆구리로 태어나 그곳에 막 피어난 연꽃 위에 우뚝 섰다. 그러고는 일곱 걸음을 걸으며 “하늘과 사람들 사이에서 내가 가장 존귀하고 뛰어나다”라고 외쳤다. 그러자 사천왕이 하늘에서 내려와 아기 부처님을 보호하고 난다용왕과 우파난다용왕이 허공에서 청정수를 토해 아기 부처님을 씻겼다.(『인과경因果經』)


부처님이 정확하게 언제 태어났는지는 정설이 없다. 생몰년도 학설이 다양해서 기원전563~기원전483, 기원전565~기원전485, 기원전624~기원전544, 기원전463~기원전383 등으로 논쟁 중이다. 태어난 날짜도 음력 2월 초8일, 음력 4월 초8일, 음력 12월 초8일, 음력 4월 15일 등등으로 경전에 따라 기록이 다르고, 각국마다 기념일이 다르다. 한국, 중국, 일본은 음력 4월 초8일, 동남아는 음력 4월 15일이 다수인 듯하다. 동남아에서는 탄생일, 성도일, 입적일을 한 날로 합쳐서 기념한다.


남한산성 망월사望月寺


부처님이 태어나자 용왕(혹은 아홉 마리 용)이 하늘에서 향기로운 청정수를 토해 아기를 씻겼다는 전설에 근거해 해마다 아기 부처님 상을 만들어 욕불(浴佛, 灌佛) 행사를 한다. 이미 중국 정사 『삼국지·오서(吳書)』 「유요전(刘繇传)」에 기록이 나오므로 동한(東漢) 시기 불교가 전해질 때 이 풍습도 함께 들어왔음을 알 수 있다.


하지만 본래 청정한 부처님의 몸을 씻길 필요가 있을까? 전해오는 무학대사 말씀에 의하면 “부처의 눈에는 삼라만상이 부처로 보이고, 돼지의 눈에는 삼라만상이 돼지로 보인다”고 한다. 법신의 본바탕은 청정무구(淸靜無垢)한데 세속에 오염된 인간들이 공연히 해마다 부처님의 허상을 만들어놓고 부처님 목욕(浴佛) 행사에 골몰하는 듯하다.


오늘은 불기 2562년 부처님오신날이다. 엄마 옆구리로 태어나자마자 몇 발짝 걷더니만, 천상천하 유아독존(天上天下 惟我獨存)이라 했으니, 나는 이 지구, 이 우주에서 인류가 탄생한 이래 가장 위대한 인간발견 선언이라 본다. 초파일 하루를 앞둔 어제, 회사 인근 조계사를 관통하는데, 부처님이 샤워 중이셨다. 


남한산성 장경사 동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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