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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SAYS & MISCELLANIES

음력설 영어 번역을 둘러싼 한중 name nationalism, 다음 타겟은 동식물이다

by taeshik.kim 2023. 1.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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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력설? 중국설?…"中 민족주의 고조에 동아시아 설 논쟁 가열"
권수현 / 2023-01-29 17:10:04
CNN "아시아 국가 간 문화적 정체성 갈등·지정학적 긴장도 원인"

음력설? 중국설?…"中 민족주의 고조에 동아시아 설 논쟁 가열"

(서울=연합뉴스) 권수현 기자 = 동아시아 최대 명절인 설의 영어 표현이 ′음력 설′(Lunar New Year)′이냐 ′중국 설′(Chinese New Year)′이냐를 두고 논쟁이 확대된 배경에는 중국의 민족주의 고조와

k-odyssey.com



태음력을 아예 말종하고 태양력으로 통일한다면야 이런 일이 생길 여지가 있겠는가마는, 문화가 그리 호락호락하지는 아니해서 이웃 일본만 해도 메이지유신 이래 강력한 서구화 정책에 힘입어 음력설이 아예 씨가 말라 이른바 신정으로 확립이 된 상태라 하지만, 중국 문화권 영향이 여전히 짙은 나머지 동아시아 각국과 세계 화교권 사회에서야 어디 그런가?

음력설 영문표기 문제가 등장하는 까닭은 그것이 영어권에서는 애초에 없어 어떤 식으로건 그것을 표현하고자 할 때 번역어를 어떻게 선택하느냐 하는 문제에서 비롯한다. 이를 굳이 규정하자면 번역민족주의라 할 만하다 하겠다.

태음력 전통이 없거나 아예 종적을 감춘 구미권에다가 음력설을 종래에는 Chinese New Year 라는 정도로 표기하는 일이 일반화한 것은 분명하다.

우리도 아마 우리가 쓴 영문표기를 찾아보면 언제까지는 저런 식으로 아무런 문제의식 없이 썼을 것이다. 내가 언론에 몸담을 초창기만 해도 저리 썼을 것으로 본다.

귀성 행렬


그러다가 이른바 내셔널리즘 각성이라 할 만한 일이 일어나니, 이게 가만 쓰다 보니 어느 순간 열이 받기 마련이라, 어? 중국 음력설? 당연히 기분나빠지지 않겠는가? 그에다가 마침 사드사태 등을 계기로 한중 관계가 최악으로 치달으면서 저런 각성은 활화산처럼 폭발하게 된다.

이런 현상이 더 재미있는 점은 정권 성향에 따라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아다시피 노골적인 친중 성향을 보인 문재인정부 시절이라 해서 반중 감정이 누그러졌느냐 하면 천만의 말씀 만만의 콩떡이라, 반중 정서에 기댄 내셔널리즘은 더욱 극성을 부렸다.

저 음력설을 지칭하는 영어 표현으로 언제 우리사회가 Lunar New Year 라는 대응어를 발명해 고의로 사용하기 시작했는지 나는 내력을 조사해 보지 아니해서 모르겠지만, 참 절묘한 번역어라는 생각은 한다. 그렇다 해서 저 말이 음력설 개념이 없는 사람들이나 그런 사회에 영향력이 있을지는 모르겠다.

그것이 어떤 New Year이건 간에 저들은 아예 음력 Lunar Calendar 라는 개념 자체가 없으니 말이다. 저들이야 이런 치고 받음을 보면서 놀고들 있네 할지도 모른다.

그런 점에서 Lunar New Year인가 Chinese New Year는 영어를 모국어로 사용하지 않는 사회 혹은 문화권끼리 자존심 쟁투라는 묘한 구석이 없지 않다.

저와 관련해 나는 현재 연합뉴스 K컬처기획단 단장으로서, 한국문화 관련 영문 인터넷 매체 Kodyssey를 운영하는 마당에 더 민감할 수밖에 없다는 말도 덧붙여 둔다. 나 역시 뼛속까지 한민족 일원이라, Chinese New Year 같은 표현은 경멸한다. 그 이유는 내가 반중정서에 기반하는 까닭이 아님을 단호히 말한다.

저 음력설 전통도 따지고 보면 복잡한 구석이 있지만, 어떻든 동아시아문화권에서 그 전통이 중국에서 비롯한다는 사실 자체를 부인할 수는 없다.

물론 이 경우 중국中國을 어찌볼 것인가 하는 해묵은 논란도 있겠지만, 그렇다 해서 저에서 비롯되어 동아시아 문화권이 공유하며 함께 향유하는 그 전통을 굳이 chinese라는 수식어로써 규정해야 하는지를 나 역시 용납할 수 없다.

이는 인류 공통, 더 좁히면 동아시아 문화권이 향유하는 전통이다. 그런 점에서 chinese는 자칫 그 적용 범위를 중국 혹은 중화권으로 좁힐 우려가 있다.

나아가 이 문제는 결국 식민주의 잔재 청산이라는 측면도 있다. 한반도 문화권에서는 고래로 중국 역대 정권에 사대를 하고 그에 따른 대가로 책봉을 받아 정권 정당성을 유지했다. 이를 현대 정치학의 관점에서는 식민국과 피식민국에 견줄 만하다 하겠다.

저 음력설 문제야 그렇다 치고, 저런 논란은 내가 장담하건대 다른 국면 다른 분야로 점점 더 확대할 것이다. 나는 그 다음 타겟으로 동식물명이 될 공산이 크다고 본다.

검은댕기해오라기. 이런 새가 어찌 국적이 있겠는가? by 우리공장 유형재


이 동식물명은 두 가지 명명 체계가 있으니, 하나는 동식물계에서 분류를 위해 사용하는 공동 기호인 린네식 라틴어 명명법이 있어 이를 학명學名이라 한다. 하지만 이런 학명은 그네들끼리의 약속에 지나지 않고 무엇보다 이미 사어死語가 되어버린 라틴어 기반이라 그것으로써는 의미를 종잡기 어렵다.

그런 까닭에 동식물은 일반시민사회가 부르는 통속명이 따로 있다.
예컨대 호랑이를 tiger 라 하지만, 이를 학명으로는 Panthera tigris 라 하는데, 후자를 알아들을 사람 몇이나 되겠는가?

내가 Kodyssey를 운영하면서 개중 한 코너로 Discover Korea를 운영하면서 매번 느끼지만, 이 코너에 가장 자주 등장하는 소재가 새 birds 인데, 이걸 영어화하면서 매번 느끼는 거지만, 그 학명도 그렇고 그 통속명에도 Japanese 혹은 Chinese 라는 수식어가 그렇게 많다.

이렇게 된 이유야 말할 것도 없이 그런 존재들을 세계 학계에 소개할 적에 그것을 소개한 사람들이 중국 혹은 일본학자들이었고, 또, 당시에는 조선 또한 일본제국에 속한 까닭이다.

저와 같은 고민 혹은 불만이 표출하는 지점에 나는 Japanese 라는 말을 아예 Korean 혹은 그것도 좀 마음에 걸리면 East Asian 혹은 Oriental 같은 표현으로 바꾸어 버리곤 한다.

저 동식물 학명 혹은 통속어에다가 특정한 문화권 혹은 특정한 국가를 지칭하는 저와 같은 수식어들은 이제는 용도폐기해야 한다고 나는 본다.

동식물이 어찌 국적이 있단 말인가?

그런 까닭에 나는 저 name nationalism 다음 화약고가 동식물명이 될 것으로 본다.

린네의 학명 체계? 그 역시 저와 같은 특정한 국가 혹은 문화권이 독점하는 표현들은 다 뜯어고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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