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다 보면 그런 데가 있다. 본다 본다 벼르다가 훌쩍 시간이 흘러 그런 데가 있었냐 하는 기억조차 망각한 데가 있기 마련이다.
뒤늦게 생각난다 해도 그땐 요상한 심뽀가 발동해 저 포도는 실 거야 하고 만다.
서초 예술의전당과 나와바리를 농구는 국립국악원이 나한텐 그런 곳이라 한땐 그곳에 국악박물관이 있고 요긴한 자료 역시 많다는 말은 들었지만 지독히도 연이 닿지 아니했다.
그런 데를 어찌하다 오늘 비로소 마주하게 되었으니 주변에서 지인과 한 점심을 하고는 우연히 국악박물관 얘기가 나와 내친 김에 보고 가려느냐 해서 마파람 게눈 감추듯 돌았다.
악보도 볼 줄 모르는 문외한이라 더구나 전통음악 악보라고는 궁상각치우 오음계 이름만 계우 외는 게 스스로 신통방통한 내가 이런 데를 찾았으되 그래서 기시감은 대단해
오잇? 저런 건 국립고궁박물관이며 성균관대박물관 등지에서 익히 보던 배라
그런 요상한 친구들을 한자리 모았는데 내공이 상당한 국립박물관이었다.
개중엔 이 친구처럼 나한텐 난생 처음 생소도 있으니 뭐 그렇다고 오늘 일로 내가 없던 음악 감식안이 생겨날 리 만무하겠지만 이 장중한 악기들이야말로 공자가 말한 예치禮治를 구현코자 한 구상이 아니겠는가?
어쩌다 저 악보가 오선지에 망하고 말았는지 알 순 없지만 그래도 저에 매달려 저걸 생업 혹은 숙명으로 여기고 살아가는 이 적지 아니하니
내친 김에 물었다.
가야금 한 대 얼마요?
이르기를
대중화한 거야 싸겠지만 적어도 콩쿠르에 들고나가는 건 이천만원은 한다오
하기에
오잉? 그럼 가야금 장사하면 되겠네
하고는 껄껄 웃고 말았다.
괜시리 늦게 와서 미안했다.
혹 이짝으로 행차할 일 있거덜랑 국악박물관도 잊지 말고 찾아주오
당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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