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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제시대 관련 우리나라 논문을 읽다 보면 흥미로운 부분이 있다.
논문의 일정 부분에 가면 돌연 일본제국주의에 대한 맹렬한 비판을 달아 놓는 것이다.
물론 비판을 들어야 할 부분에서는 들어야 한다는 점에서는 필자도 이의가 없는데
문제는 고찰이나 결론에서 갑자기 맹렬한 비판이 나오니 매우 어색하고,
이 논문이 일제시대 비판이 일차적 목적인지
제목을 보면 그것도 또 아니다.
물론 거시적으로 보면 일제시대는 거악이니 이야기를 풀다보면
결국 그 악의 두목격을 비판할지 않을 수 없다 하면 뭐 그럴 수도 있겠는데
단지 그것만이 이유의 전부가 아니라는 것은 그 누구보다 우리나라 학자들 스스로가 잘 알 것이다.
논문에 이런 필요 없는 말은 쓰지 말기를.
느닷없이 튀어나오는 이런 부분 읽을 때마다 필자는
북한 논문에서 느닷없이 경애하는 수령 동지의 교시로 이 논문을 쓰게 되었다는 상투어가 생각나서 논문 읽을 생각이 팍 꺼진다.
필자는 이런 문구는 저자의 일종의 자기검열 기전이 작동했다고 생각하는데,
그것이 아니라면 일제시대에 대한 불타는 적개심 때문에 느닷없이 논문 말미에 이런 문구도 넣을 수 있겠지만
그 저자의 나이 연배를 보면 일제시대를 직접 겪지 못한 세대임에 틀림 없기 때문에 하는 소리다.
논문에는 논리와 결론만 넣어라.
일제시대를 직접 겪지 못한 사람이 거의 대부분인 이 시대에는
일제시대를 비판하더라도 논리로 비판해야지
감정에 못이겨 비판하는 건 그 시대를 겪어본 사람들에게나 익스큐즈 될 수 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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