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探古의 일필휘지

잊혀진 미술 애호가, 오당悟堂 김영세金榮世(1) 추사박물관이 선사한 승설헌勝雪軒

by 세상의 모든 역사 2023. 7. 7.
반응형



작년쯤이었나, 다산茶山의 아들 유산酉山 정학연丁學淵(1786-1857)이 어떤 스님에게 보낸 간찰을 모 경매에서 본 적이 있다.

정학연이 그 스님에게 백자 반상기와 술병 따위를 보낸다는 별지가 붙어 있어 퍽 흥미로웠는데, 조그만 소장인所藏印이 찍혀있었다. 읽어보니 "승설헌진장인勝雪軒珍藏印"이다.

승설헌이 누구인지는 모르지만 좋은 작품을 가지고 있었네ㅡ하고 넘겼는데, 뒤에 생각해 보니 그것이 내가 주인공 김영세를 처음 만난 순간이었다.

아무것도 모르고 지내던 어느 날, 과천 추사박물관에서 하는 <추사 서화파> 전시에 발길이 닿았다.

아는 분이 크게 관여한 전시기도 했고, 과연 어떤 작품들이 나왔을지 궁금하기도 했다. 명불허전이었다. 추사는 물론이거니와, 그 제자들, 그리고 그 영향 아래 있던 근현대의 대가들까지 망라되어 있었다.

때마침 손님마저 없어서, 혼자 그 작품들을 실컷 누릴 수 있었다.

그런데 그 후반부, 큼지막하게 쓴 '승설헌勝雪軒' 석 자가 꽉 차게 눈에 들어왔다. 검여劍如 유희강柳熙綱(1911-1976)이 왼손으로 쓴 현판글씨였는데, 그의 좌수서左手書 중에서도 명작에 드는 수준이었다.

한참 글씨에 취해 있다가 그 옆 낙관을 보니, '오당인형悟堂仁兄'에게 준다는 쌍관雙款이 되어 있었다. 아 승설헌의 호가 오당이었던가 보다 했는데, 그럼 오당은 누구인가?

도록을 뒤적여보니 오당은 '김영세金英世'로, 검여와 가까웠던 고미술 수집가였다는 간단한 설명이 다였다.

그제서야 유산 간찰에 찍혀있던 그 도장이 이해가 갔다. 하지만 그의 인적사항이라거나 생몰년 같은 정보는 알 길이 없었다.

이쯤 되자 이런 명품을 갖고 있던 승설헌, 오당 김영세는 누구인가 하는 궁금증이 생기지 않을 도리가 없었다.

반응형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