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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쑥스러우셨던 삼불 선생님>
지금까지도 한국 고고학계에 큰 영향을 끼치고 있는 고고학자 삼불 김원룡(1922-1993) 선생님. 교과서에 실릴 정도로 멋진 문장력에 그림 솜씨도 뛰어난 분이었다.
사실 이 분의 그림을 하나 구하고 싶은데 빈약한 주머니로는 언감생심, 요즘은 가짜도 적지 않다 한다. 차선으로 구하게 된 것이 서명이 담긴 책들. 이 <한국문화의 기원>은 사연이 재밌어보이고 안타까운 면도 있어 한 번 올려보고자 하였다.
1976년 탐구당에서 나온 문고판인데, 읽던 이가 좀 오래 보관하려 그랬던지 책 표지를 비닐로 싸 놓았다. 비닐로 싼 거야 흠이겠냐만, 거기서 그치지 하필이면 스카치테이프를 붙여놔서 그 부분이 누렇게 떠 버렸다. 저걸 제거할 수나 있을지 모르겠는데, 아쉬운 노릇이다.
아마 처음 책을 주고받을 때는 깨끗했겠지 생각하며, 그 시절을 들여다보자. 서명을 부탁하는 이를 위해 삼불 선생은 붓을 물들인다. 일필휘지 이름을 쓰시고 보니, 책날개에 적힌 소개의 글이 걸린다.
"한국 고고학계의 원로인 저자가..."
아마 출판사에서 붙였을 이 소개가 못내 쑥스러우셨던지, '원로' 두 글자에 선을 그으셨다.
이때가 환갑도 아직 안 되셨고, 무령왕릉 발굴로부터 4년밖에 안 지났으니, '원로'라기엔 이래저래 좀 그러셨는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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