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 존경하고, 많은 것을 배우고 있는 근대미술사가 황정수 선생님과 오당 김영세라는 인물을 두고 몇 번 문답을 주고받은 적이 있다.
황 선생님 덕택에 오당이 받아 갖고 있던 작품들을 몇 점 더 볼 수 있었는데, 그가 제당霽堂 배렴裵濂(1911~1968) 같은 화가뿐만 아니라 추사 연구로 이름높았던 후지츠카 지카시藤塚鄰(1879~1948)와도 교분이 있었음을 알게 되었다.
그것도 보통 교분이 아니었던 것 같은 게, 후지츠카가 '승설헌주인勝雪軒主人'에게 써준 시가 다름아닌 청나라 화가 나빙羅聘(1733~1799)이 초정楚亭 박제가朴齊家(1750~1805)에게 적어준 전별시였다.
국경을 뛰어넘은 우정을 노래한 시를 굳이 적어주었다면, 후지츠카가 김영세를 어떻게 생각했는지 알 만 하지 않은가. 더불어 김영세의 성격도 짐작되는 바가 있다.
하지만 끝내 풀리지 않는 의문도 있었다. 김영세金英世라는 이름을 당시의 기록에서 찾아보기 어렵다는 점이다.
이 정도 인물이면 어딘가에 기록이 있어도 있어야 하는데...그 의문을 풀기까지는 조금의 시간이 더 필요했다.
'승설헌진장인'이 찍힌 간찰이 나왔던 경매에 다시 들렀다. 좋은 작품이 있는가 싶어 휘 둘러보는데, 한쪽 구석에 조그만 편화片畵 한 장이 있다.
누군가가 공재恭齋의 아들 낙서駱西 윤덕희尹德熙(1685~1776)의 솜씨로 감정하고 옆에 글씨를 적어놓았는데
'悟堂金榮世'라고 해놓지 않았겠나.
꽃부리 영이 아니라 영화로울 영 ㅡ 지금까지 그의 이름이 잘못 알려져 있었던 것이다.
무릎을 탁 치고 다시금 검색을 해 보는데, 전혀 뜻밖의 자료에서 그 이름을 발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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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혀진 미술 애호가, 오당悟堂 김영세金榮世(2) 구보 박태원 피로연 방명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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