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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SAYS & MISCELLANIES

자연유산법 독립 분법의 의미

by 세상의 모든 역사 2023. 3.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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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유산, 유네스코 기준 맞춰 체계적으로 보존·관리한다
김예나  / 2023-02-28 10:08:58
'자연유산법' 제정안 국회 통과…하위법령 제정 등 정책 기반 갖출 예정
 
https://k-odyssey.com/news/newsview.php?ncode=179546587955622 

자연유산, 유네스코 기준 맞춰 체계적으로 보존·관리한다

(서울=연합뉴스) 김예나 기자 = 희귀한 동·식물, 지질, 천연보호구역 등 자연유산의 유형별 특성에 따라 보존·관리를 체계적으로 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된다. 문화재청은 ′자연유산의 보존 및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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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재 관련 법령은 1962년 1월 10일 법률 제961호로 시행에 들어간 문화재보호법을 모법으로 삼는다. 모든 관련 법령은 그 분법分法이라, 그 법을 모태로 삼아 저짝에서 분리되어 나왔으니, 얼마전까지만 해도 문화재 관련 법령은 오직 저 법 하나뿐이었다. 

그러다가 야금야금 하나씩 전문분야로 독립해 딴살림 차리기 시작하더니, 급기야 이번에 마침내  '자연유산의 보존 및 활용에 관한 법률(자연유산법)'이라는 또 하나의 법률이 독립을 목전에 두게 됐다.

2월 27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으니, 대통령 재가와 공포, 그리고 하위 시행령과 시행규칙 제정을 거치면 문화재청 예상으로는 2024년 3월 이후에는 완전히 독립한 법령으로 기반을 갖추게 될 것이란다. 

이번 자연유산법은 여러모로 우리가 주시해야 하는데 첫째 문화재 여러 범주 중에서 자연유산으로 분류하는 것들을 전문으로 관리하는 법적 근거를 마련했으며, 둘째 나는 이 점을 특히 주시하는데 유네스코 세계유산협약 그 직접 영향권에 포섭됐다는 점이 그것이다. 

이 두 번째가 실은 대서특필할 만한 사건인데, 국제교류가 갈수록 강화하면서 우리 법 체계 역시 국제법과 보조를 맞출 수밖에 없거니와, 실은 이것이 가장 시급히 필요한 분야가 이른바 문화유산 cultural heritage에 속하는 것들이라 

저 소식을 전하는 문화재청 보도자료를 보면 다음과 같은 구절이 보이는 점을 이른바 유형문화재에 직간접으로 종사하는 자들은 음미해야 한다. 무엇보다 법이란 과연 무엇인가? heritage란 무엇이며 무엇을 지향해야 하는가는 단 한 번도 생각해 본 적 없는 문화재위원회와 그 위원들은 저 법률 통과가 수치임을 알아야 한다.  

 
원형유지를 원칙으로 하는 유형문화재 중심의 「문화재보호법」에서 분법(分法)되는 자연유산법의 주요 내용은 다음과 같다.
 

원형은 내 누누이 말했듯이 이 지구상 단 한 번도 존재한 적이 없는 괴물이며, 무엇보다 그것이 설혹 성립한다 해도 그 중심주의는 그 원형이라 간주하는 것에서는 그 어떤 변화를 깡그리 무시하는 참극을 초래하는 까닭이다. 이는 헤러티지의 생장 변화 사멸을 근원에서 부정한다. 

문화재청 의도가 무엇인지 모르지만, 유형문화재가 원형이라는 귀신 씻나락을 씹는 소리에 집착함을 스스로 비판한 셈이니, 저 구절이 실은 나로서는 의외다. 저 말은 결국 원형주의를 내세우는 유형문화재에 대한 자연유산의 비판이고 야유이며, 결국 원형 고수주의를 버려야 할 구시대 적폐임을 선언한 내부 향한 칼질이라고 나는 본다. 

자연유산법에 앞서 문화재보호법에서 분리 독립을 선언한 무형문화재법은 일찌감치 원형을 버리고 전형典形으로 돌아섰다. 원형을 버리고 전형을 택하니, 그 변화를 포괄하는 발판을 비로소 마련했다. 원형은 무엇보다 혁신을 거부하는 까닭이다.

지정 당시 원형으로 간주된 그것에서 단 한 발짝도 물러서는 일을 용서할 수 없었지만, 저 원형이 폐지되고 전형이 선택됨으로써 종묘제례악은 피아노 바이올린이 들어갈 구석을 마련했으며, BTS 음악도 무형문화재 기예능보유자가 되지 말라는 법도 없는 시절이 되었다.   
원형을 고수하려는 국내법은 곳곳에서 파열음을 내며 죽음을 고하는 중이다. 그 사약을 내리는 이가 바로 세계유산협약을 필두로 하는 국제법이다.

그렇다 해서 무턱대고 국제법이 국내법에 우월할 수는 없다. 각기 다른 시대와 문화를 배태하는 법이며, 국내법은 그 배태한 시대와 문화와 접합하는 지점, 혹은 지향해야 하는 지점에서 받아들일 만한 것들은 받아들이면 그뿐이다. 

자연유산법이 문화재보호법으로부터의 탈피 독립을 선언하면서 세계유산협약을 근간으로 채택했다. 그렇다 해서 세계유산협약 중 자연유산 관련 그것을 고스란히 가져왔다는 말은 아니다. 그 골격 중에서도 우리 환경에 맞는 것들을 버무려서 자연유산을 정의하고, 분류하고, 관리하는 근간을 마련했다는 뜻이다. 

이에서 보듯이 국제협약은 이젠 한국 문화재 현장에서도 거스를 수 없는 대세다. 그 침공 직격타가 이번 자연유산법이다. 

자연유산이라는 말 자체가 문화유산 cultural heritage와 더불어 세계유산협약의 양대 산맥인 natural heritage의 직접 번역어임을 말해서 무엇하랴? 저 국제법이 소개될 때까지만 해도 이 땅에는 자연유산이라는 말조차 없었다는 사실을 아는가?

저와 같은 점에서 이번 자연유산법 제정은 의미를 부여할 수 있거니와, 그렇다 해서 저 법령을 통해 국내 문화재 관련 법령은 어느 정도 체제를 정비했는가 하면 이건 또 딴 소리라, 냉혹히 평가하면 걸레법이다. 
 

 
이 도표는 자연유산법 제정에 따른 문화재 관련 범주 변화를 정리한 것으로, 이 또한 내가 누누이 지적했듯이 heritage 범주는 그 기준에 따라 그 형성에 인간이 개입했느냐 아니냐에 따라 오직 natural과 cultural이 있을 뿐이며, 그 모양을 볼 수 있느냐 없느냐에 따라 유형과 무형이 있을 뿐이며, 움직일 수 있느냐 없느냐에 따르면 오직 동산과 부동산 두 가지가 있을 뿐이다. 

하지만 자연유산이라는 개념을 도입했다 해서 저와 같은 엄격한 기준에 의한 분류가 정비되었는가 하면 외려 더 혼란을 부채질했으니 
유형문화재 무형문화재 말고도 기념물과 민속문화재가 따로 있다는 저 설정이 폭소를 자아낸다.

이번 법률 제정으로 기념물이 기념물과 자연유산 두 가지로 분파했는데, 웃기는 짜장이 기념물이건 자연유산이건 모두 유형문화재에 속한다는 점이다. 민속문화재 역시 유형문화재다. 

저런 혼란은 간단하다. 죽도밥도 모르는 놈들이 죽도밥도 모르게 만들어놨기 때문이다. 유형 무형으로 분류하고자 한다면 오직 유형과 무형이 있을 뿐이지, 엄연히 유형인 기념물과 민속문화재가 어찌 따로 있단 말인가?

저 문화재 관련 법령이 규정하는 문화재는 국제법을 따르고 싶다면 자연유산과 문화유산 두 가지로 나누면 그뿐이다. 물론 요새 추새는 두 가지를 착종하는 흐름으로 가기는 한다만, 또, 굳이 자연유산 문화유산으로 나눠야 하느냐 하는 논란도 없지는 않거니와, 저 분류라는 것은 여러 편의를 위한 것이라, 그 유용성을 당장 버리기는 힘들다. 

자연유산법 독립을 준비하면서 문화재청에서 저 분류 체계도 아예 손을 대려 했지만, 또 그 제정안이라는 것들을 들고 문화재청이 각계 여론 수렴이라 해서 언론계 인사들도 초청이라 해서, 나 역시 그 자리에 초대되어 가서 간담회라는 자리에 참석하기도 했다만, 어차피 내가 지껄인다고 되지도 않을 거, 입 다물고 말았다. 

나는 그러한 일련의 움직임이 있다는 그 자체를 존중했을 뿐이며, 그 내실을 내가 동의한 것은 결코 아니다. 이 문제는 설혹 내가 대통령이 된다 해서 당장에 해결할 사안도 아니다. 

누군가는 절박해야 하는데, 절박하기 위해서는 현재의 문제점이 무엇인지를 속속들이 파악하고 있어야 하며, 그 파악을 위해서는 무엇보다 heritage가 무엇이며 무엇이야 하며 왜? 인지를 끊임없이 물어야 하는데, 헤러티지를 둘러싸고 칸트적 고뇌를 하는 인간들을 나는 이 업계에서는 아직 보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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