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멸 혹은 멸종은 언제나 안타깝게 선전한다. 그러면서 언제나 인간 탓이라 한다. 그리하여 인간의 간섭만 없었으면, 이 지구, 이 자연은 순진무구였을 것이라는 환상을 그린다. 이런 구도에서는 언제나 인간 혹은 인위는 배격해야 할 그 무엇이다. 그리하여 상실을 복구하고자 하는 열망이 들끓게 된다.
반달곰이 그렇고 그랬다. 이땅에서 그들이 멸종한 까닭은 인간의 무분별한 남벌 혹은 욕심이 빚어낸 참사로 선전되었다. 그리하여 그 멸종한 반달곰을 되살리고자 하는 시도가 간단없이 시도되었고, 그런 대로 보람은 없지 아니해서 그렇게 살려놓은 반달곰이 이른바 자연에 적응하는 모습이 간헐로, 아니 아주 자주 대대로 보도되고 홍보되면서 이 위대한 재생사업이 마침내 성공했노라는 위대한 선언이 위업으로 선전되는 시대를 맞이했다.
하지만 우리가 잊은 점이 있다. 그들을 되살린 일 역시 인위요 조작이었다는 사실이다. 그들을 살린 것은 인간이었고 인위였으며 인간의 간섭이었다. 인간이 없앴다고 하자. 그렇게 사라진 것을 다시금 인간이 간섭해 살려놓았으니, 이런 역설은 어찌 설명하리오?
반달곰이 살아나면, 그리하여 그들이 지리산을 출발해 백두대간을 장식하면, 아 참말로 아름다운 금수강산이 회복하는 줄로 알았다.
하지만 그건 개꿈이었다. 반달곰이 그런 정성, 갸륵한 정성을 알아줄 리 만무한 법이라, 저네들은 배은망덕해서 그런 인간의 아량 혹은 배려를 알아주지 않는다. 저들도 생명이라, 인공유산의 소산이건, 체외외수정이건 뭐건 그네들이 그 탄생의 태고를 기억할 리 있겠는가?
살고자 먹어야 하며, 그 먹이로서 가장 간편한 전략, 곧 약탈 탈취를 시도하게 되었으니, 인간이 애써 가꾸는 농작물을 박살내는 그 전략을 배웠다. 그랬다. 요샌 밤나무 꿀철이라, 벌통마다 밤꿀로 가득한 시절, 그 냄새를 놓칠 리 없는 반달곰이, 그 넓고 험준하다는 지리산도 좁아터져 못살겠다 박차고 나서 김천 수도산에 정착하는가 싶더니, 이 역시도 만족하지 못하겠다 해서 어찌하여 대덕산 넘고 삼도봉 통과하고 황학산 넘어 영동까지 진출한 모양이라, 그쪽 양봉업자 꿀통을 박살을 낸 모양이다.
앞으로 이런 일이 빈발할 것이다. 저네들이 어떻게 자가증식을 할 지 모르겠으나, 인간의 제어를 벗어난 저들도 무한증식으로 나아갈 것이니, 저건 작은 일에 지나지 않으니 금새 반달곰 때문에 우리가 못살겠다는 인간의 외침이 봇물 터지듯 할 것이다. 인간 때문에 멸종 위기에 처했다고 해서 막 살려놓은 산양은 이미 반달곰을 한참이나 질러 저 앞을 맹렬히 달리니, 저들이 고라니 멧돼지와 같은 취급 받을 날 머지 아니했다고 나는 경고했다.
자연? 그것이 좋다는 환상은 그야말로 개꿈에 지나지 않는다. 자연은 무자비하며, 인간이 배려하는 만치 그네들이 결코 인간을 배려하는 법은 없다.
그러기엔 반달곰한테 벌통은 너무나 달콤하다.
고라니 멧돼지와 사투를 벌이는 인간, 특히 농민들은 조만간 반달곰 산양과도 전쟁을 벌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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