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성한 합일을 빛만큼 완벽하게 상징하는 것은 없다. 그러므로 이슬람 예술가는 자신이 취급하는 재료를 빛의 진동으로 변형시키고자 했다." 이슬람 예술. T. 부르크하르트
이와 같은 요란한 띠지로 책은 대문을 연다.
부르크하르트 라 하면 웬지 와코 죽이는 효과가 있다. 암것도 아닌데 부르크하르트 라 하면 웬지 주눅들게 하는 그 어떤 힘이 있다.
독자를 짓누르겠다. 내가 뭔가 한 수 단단히 보여주겠다는 열망이 강할수록 저런 인용으로 출발하곤 한다.
주변 많은 이가 읽을 만한 책을 주문한다.
덮어 놓고 나는 말한다.
전두환 아들이 만든 책은 다 좋다
말이다.
그렇다. 시공디스커버리 총서는 하나하나가 다 주옥이다.
번역이며 그런 까닭에 번역의 안전성과 유려함이라는 점에서 불안함을 주기도 하지만, 그건 우리 세대가 짊어지고 가야 할 몫이다. 그만큼 학문이 폭이 넓지 아니하는 까닭이다.
저 책이 다르는 무굴제국만 해도 저짝 전문가가 몇이나 되는지 안봐도 비됴라 하긴 무굴제국뿐인가?
인도사 전공자라 분류할 이른바 전문가라 해 봐도 하라파 가서 열심히 땅 판 용준이랑, 틈만 나면 허황옥은 인도 공주가 아니라고 열변 토하는 광수, 그리고 이제는 썩 모습이 자주 보이지 아니하나 인도엔 카레가 없다고 돌풍 일으키며 등단한 옥순이 등등 다 세워 봐야 열 손가락도 계우 채우고 말리니 저들에게서 무슨 번역까지, 것도 불란서어 번역까지 기대한단 말인가?
언제 어케 입수했는지도 모르겠다.
일박이틀 출타하는 길에 그에 동행할 부피 부담 적은 포겟판 하나 고르다가 손끝이 닿았다.
저 총서는 비단 새 책이 아니라 해도 중고서점에 넘쳐나거니와 아승끼 전세겁에 저 무글제국도 어찌하다 하나 얻어걸려 분명 입수하고 그 아승끼 전세겁에 얼치기 통독 비스무리하게 한 기억이 있거니와
펼치니 그 촉감이 완전 새 책이라 뿔싸 복본 아닌가 한다.
값싸고 판형 작은 포겟판 양서는 복본이 넘쳐나는 원천이다.
서가에선 쉬 눈에 띄지 아니하나 헌책방서는 감초마냥 튀어오르고 더구나 그것이 다룬 주제 하나하나가 다 요긴 그 자체라 보이면 쉬 남겨둘 수 없어 그때마다 일단 사서 쟁여놓다 벌어진 일이다.
중앙아시아 출신의 투르크-몽고족의 왕 바부르는 1526년 파니파트 전투에서 델리의 술탄 이브라힘 로디를 무찌르고 자신의 조상 티무르가 못다 이룬 꿈인 인도 대륙 정복을 실현했다. 그는 이 미지의 나라를 4년 동안 지배하면서 힘을 떨쳐 무굴 왕조를 세웠다. 무굴 왕조는 그후 3세기가 넘도록 인도를 지배한다.
부르크하르트 앞세워 독자를 위압한 저 총서 본문은 이리 시작한다.
발레리 베린스탬 지음, 변지현 옮김 《무굴 제국 인도 이슬람 왕조》, 시공사, 1998.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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