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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SAYS & MISCELLANIES

[전문직으로서의 학예직, 그 이상야릇한 처지를 보며] (2) 문화재를 한다는 것

by 세상의 모든 역사 2023. 12.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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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자신 처지를 반영한 것이는 하겠지만, 꼭 공무원으로 국한할 문제도 아니요 민간영역에도 나는 다 해당한다고 보는데 무엇이 학예직인가 하는 데 대해서는 오랜 기간 원주시에서 학예직으로 근무하다 얼마 전 퇴직한 박종수 선생이 정곡을 찌르는 말을 했다고 본다. 

그가 말하기를 지자체에서 학예직은 그 지방 문화재청장이라 했다.

물론 이는 그 시절 지자체에 학예직 꼴랑 한 명 있을 시절 이야기이기는 하지만, 지금도 사정이 별반 달라지지 아니했다는 점에서, 또 지자체 영역을 벗어나 민간영역으로 간다 해서 인력이 더 넘치는 것도 아니라는 점에서 여전히 유효하다고 본다. 

나는 언제나 저 말이 맴돌거니와, 저 말에는 여러 함의가 있다 보거니와, 나는 저 말을 문화재학으로 이해한다. 

언제 문화재청장이 한가롭게 전공 따져서 일했는가? 그 전공이라는 관점에서 문화재청장을 역임한 사람이 좀 있기는 하지만, 이 친구들은 언제나 그 특유한 문제를 일으켰으니, 문화재를 그가 전공한다는 이른바 그 개별 학문의 눈으로 바라보는 경향이 강해서 문화재학과 그 개별학문을 혼동하는 전형의 증상을 보였고 그에 따른 문제가 적지 아니했다. 

나는 언제나 말하기를 문화재학과 그것을 구성한다고 생각하는 고고학이며 미술사며 건축학이며 보존과학과는 다르다는 말을 누누이 했다.

 

같은 지점을 향하지만 고고학과 문화재학은 바라보는 지점과 시각이 다르다.



문화재학 관점에서 바라보면 그것이 부분 집합이 될 수는 있겠지만, 문화재학은 그것을 뛰어넘는 저 너머 종합예술이라는 말을 했다.

문화재 전문가랑 고고학 전문가는 하늘과 땅 차이다.

고고학? 웃기고 자빠졌네, 지들이 무슨 문화재를 한단 말인가? 고고학을 할 뿐이지 문화재학을 하는 것은 아니다.

다시 말하지만 문화재를 한다는 말은 교향악을 작곡하고 연주한다는 뜻이다. 고고학이 내가 문화재를 한다고 나서는 일은 피아노가, 바이올린이 내가 교향악이라고 나서는 일이랑 진배없다. 

내가 학예직이라는 말은 곧 내가 문화재를 한다는 말을 의미한다.

유적 파고 유물 만지는 일은 그쪽 분야만 죽어라 파야 하는 숙명을 지닌 사람들이 하는 일이며 그렇다 해서 그것이 내가 고고학을 할지언정 곧 문화재를 하는 일이 아니라는 사실 하시라도 잊어서는 안된다

고고학과 문화재학은 다르다.

내가 이해하는 학예직이란 악단 지휘자다. 종합예술 기획자다. 

 

미술사는 도상을 바라보지만 문화재학은 빛을 바라 살핀다.



하지만 이에서 우리가 놓친 것이 있다. 종합예술이라 해서, 지휘자라 해서 아무나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정명훈이 이 일을 하는 근간은 그가 뮤지션인 까닭이다. 그는 피아니스트이기도 하다. 그 종합을, 지휘를 그런 데와 담 쌓은 삶을 산 김태식이 할 수는 없지 아니한가?

이에서 스페셜리스트와 제너럴리스트는 비로소 접점을 이룬다.

스페셜리스트만이 제너럴리스트가 될 수 있다. 쥐뿔도 가진 게 없으면서 주둥이로만 제너럴리스가 될 수는 없다. 

내가 이해하는 학예직은 그런 자리다.

스페셜리스트이면서 제너럴리스트다. 둘 중 어느 하나를 포기할 수 없다.

그래서 가장 한심한 학예직이 내 전공을 살릴 수 없다 푸념하는 사람들이다. 이런 사람은 떠나야 한다.

 

*** previous article *** 

 

전문직으로서의 학예직, 그 이상야릇한 처지를 보며(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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