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심찮게 이 문제를 토로하는 글이 이른바 학예연구직으로 분류한 직업군에서는 많다. 그제도 우리 THE HERITAGE TRIBUE 필진 중 한 분이 스페셜리스트여야하는가 아니면 제너럴리스트를 겸해야 하는가를 토로하면서 후자가 되어야 하지 않느냐 하는 조심스런 의견을 제시했으니,
이 점에서 같은 학예직으로 분류하지만 처지가 조금 다른 지차체 학예연구사인 다른 필자 이서현 선생은 또 다른 맥락에서 전문성을 살리지 못하는 현실에 분노에 가까운 토로가 있었다고 기억한다.
두 분 모두 같은 학예직이나 사정은 조금 달라서, 전자가 어느 지자체 산하 박물관에서만 현재까지 근무한 까닭에 지금까지 한 일만큼은 전문직이라 분류할 수는 있겠지만, 그런 일을 하면서도 점점 제너럴리스트가 되어야 한다는 심적 외적 압박이 심해지는 것이 아닌가 나는 생각하며
후자 이서현 선생은 용인시라는 기초자치단체지만, 인구 100백만을 넘긴 거대도시 학예사로서 본래 전공이라 분류할 수 있는 한국미술사는 전연 전공을 살릴 기회는 없고, 이른바 문화재학으로서의 제너럴리스트로 광폭 행보를 보인다.
이들 말고도 지자체 혹은 박물관 미술관 등지에서 일하는 학예직이 할 말이 오죽 많겠는가?
그네들 모두야, 이른바 자기 전공이라 분류할 그런 일만 죽도록 파고 싶기도 하겠고(이런 욕망은 상대적으로 이서현씨처럼 제너럴리스트에 가까운 일을 하는 사람들이 더 성향이 클 수도 있겠다 싶다. 그래서 틈만 나면 대학으로 도망치는가 싶기도 하다.),
또 그런 삶을 가깝게 하는 학예직들로서는 번번이 외부 세계와 부닥치는 데서 좌절 같은 것을 상대적으로 더 크게 맛보기도 하리라 본다.
나처럼 저들 세계 외부에 위치한 사람들이 보건대, 간단히 결론부터 말하자면 스페셜리스트는 살아남을 수가 없다.
해당 기관 지자체에서도 살아남지 못하고, 외부 세계에서도 살아남지 못한다.
저들이 공직에 있기 때문인가? 그 때문일 수도 있지만, 이른바 내 전공이라는 데만 죽자사자 파고 들어 살아날 수 있는 데는 지구상 어디에도 없고 단군 조선 이래 없기 때문이다.
저들이 살아남는 방법은 간단하다. 스페셜리스트이면서 제널럴리스트여야 한다.
저 전문직이 겨냥하는 제너럴리스트란 결국 행정직 겸용을 말하는데, 행정?
잘 해야 한다. 행정이 어찌 돌아가는지도 모르면서 무슨 일을 한단 말인가?
저들이 말하는 전문성이란 곧 연구를 말한다.
이 시점에서 우리가 냉혹히 물어야 할 것은 그들이 말하는 연구가 누구를 위한 무엇을 위한 연구냐다. 나의 성공이 곧 국가의 성공? 지자체의 성공? 웃기는 소리다. 그 연구란 결국 해당 전문직 개인의 연구에 지나지 않는다.
해당 학예직 전문성 혹은 연구 질이 높다 해서 그것이 공익 공공성과 무슨 상관인가? 이걸 물은 적이 없다. 내가 볼 때는 전연 상관없다.
그가 전문성이 높다 해서, 연구 성과가 많다 해서, 그것이 공공 공익성과 무슨 상관이 있겠는가? 없다. 오직 의미가 있을 때는 그 전문성이 공공성과 결합할 때다.
전문성을 살리고 싶다고 하는 학예직들이야 전문성이 높아야 업무 효율성도 높아진다 주장하겠지만, 둘은 전연 관계없다.
내가 전문성이 높다는 것과 그래서 내가 일처리를 잘한다는 것은 전연 별개다.
내가 볼 때 이 문제는 상상하는 이상으로 파열을 빚는다.
공직에 있으면서 죽어라 내 좋아하는 일만 죽어라 파는 사람을 더러 보지만, 이런 유형은 공직과는 맞지 않는다. 아니 외려 시민사회의 적이면서 공직의 적이다. 지 연구지 공공을 위한 연구가 아닌 까닭이다.
둘이 이상으로 결합하는 경우는 내 전문성을 공익을 위해 발현할 때만이다. 하지만 그런 전문성을 있고자 하는 연구자가 그것을 공익으로 삼는 일을 있을 수가 없다.
학문세계의 연구성과가 무슨 공익성과 관계있단 말인가? 오직 나만의 누려야 하는 특권이어야 한다.
그래서 흔히 하는 말이 내가 좋아하는 일만 하고자 한다면 대학으로 가라거나, 연구기관으로 가라는 말인데, 이것도 웃기기는 마찬가지다.
집에서 새는 쪽박이 거기 가서 새지 않을 수 없다.
이야기가 길어질 듯해서 일단은 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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