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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SAYS & MISCELLANIES

부실한 문화재 사진, 그건 역사 인멸이다

by 세상의 모든 역사 2023. 12.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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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재 사진 역시 다른 부문과 마찬가지로 시간 혹은 영속성이라는 관점에서 그것이 비교적 영속하는가, 아니면 순간에 지나치고 마는가에 따라 분류가 가능하니, 그 품질이라는 관점에서 후자가 특히 중요하다. 왜? 그 순간이 아니면 담을 수 없는 장면이기 때문이다. 

무슨 말인가?

예를 들어보자. 

전자의 대표로 불국사 혹은 그 일부인 석가탑과 다보탑을 든다. 이 불국사 역시 시간 혹은 계절에 따라, 또 기상 조건에 따라 왕청왕청 달라지기는 하지만, 또 그것이 순간 포착이기는 하지만, 그렇다 해서 우리가 지금 보는 그 전체 풍광 자체가 크게 변하는 것은 아니다. 

그래서 이런 장면은 오늘 안 되면 내일, 내일 안 되면 모레 담을 수도 있다. 

반면 같은 문화재 현장이라 해도 발굴현장은 왕청나게 달라서, 지금 모습은 오직 지금 담을 수밖에 없다. 왜? 지금이 아니면 지금 보는 그 모습이 영원히 사라지는 까닭이다. 

예컨대 신라 무덤에서 금관이 출현했다 하자. 이 모습은 오직 지금만이 포착 가능하다. 내일이면 또 그 모습이 달라져서 발굴단이 그 현장을 그대로 갓빠로 덮어 보존조치하지 않는 한, 하다 못해 주변 흙이 더 있고 없고 한다. 지금 모습은 오직 지금만 담을 수 있다는 뜻이다. 

문화재 현장 기록이라는 측면에서 후자가 더 중요할 것임은 말할 나위가 없다. 순간 포착! 바로 그런 점에서 이 순간 포착은 뉴스인 것이다. 

물론 이런 분류가 칼로 벤 무를 보듯 쏵 갈라지는 것은 아니지만, 내가 말하고자 하는 맥락을 고려하면 크게 대과는 없다고 본다. 
그래서 후자가 특히 중요하다. 왜? 그 순간을 놓쳐버린다는 것은 영원이 그것이 담은 정보를 망실하는 까닭이다. 

그렇다면 이 기록이라는 측면에서 후자의 관점은 우리네 문화재 현장에서 어찌 관철되고 있는가? 물론 이것도 시대에 따라 넘나듦이 있어

요새는 해당 기관별로 이른바 사진 고수라는 분들이 거개 있기 마련이라, 예컨대 발굴단만 해도 요새 괜찮은 사진 실력 자랑하는 분이 꽤 된다.

이때문에 전업 사진작가들 운신 폭이 점점 좁아지는 문제가 있기는 하지만 말이다. 

저 첨부 사진은 함안 말이산고분군 13호분 무덤방 정중앙 덮개돌에 출현한 이른바 아라가야 천문도 흔적이다.

여러 번 내가 소개했듯이 저 사진 전업사진 작가 작품이다. 문화재 현장에서 닳고 닳은 오세윤 작가 작품이다. 

내가 누누이 말했듯이 저런 장면은 전업 작가 불러야 한다. 왜? 저 현장은 이내 덮이고 말며, 실제 조사완료와 더불어 저 덮개돌은 박물관 전시를 위해 그대로 빼어내서는 현재는 함안박물관에 전시 중이다. 현장성을 상실했다는 뜻이다. 

저 장면이 오죽 중요한가? 저와 같은 장면이 저 하나뿐이겠는가? 모든 문화재현장은 그것이 담은 정보 하나하나가 다 중요하다.

그렇게 소중한 정보가 기록을 누락하는 바람에, 혹은 기록이 부실한 바람에 훗날 얻는 정보가 지극히 제한된다면 이건 역사 인멸이다. 

문화재 현장, 특히 고고학 발굴에 종사하는 사람들이 매양 하는 말이 기록의 중요성이라, 그러면서 매양 하는 말이 매장문화재는 발굴과 더불어 그 현장성을 상실하는 까닭에 기록을 잘해야 한다고 주창하며, 그것으로써 자기네 직업 사명의식을 삼는 모습을 보지만,

유감스럽게도 기록이라는 측면에서 곰곰 따지고 들어가면 역사 인멸자는 외려 그렇게 말하는 그들 자신이라, 그 대표가 바로 저런 사진 결락이다. 

잡다스럽게 각종 도판 실어놓은 두껍한 보고서를 냈기는 했지만, 저 질을 보면 실상 형편없는 경우가 많으니 그 가장 대표하는 경우가 바로 저와 같은 사진 자료 부실이다. 

저 말이산고분은 그 중대성을 인식한 의뢰관청 함안군청 담당 학예직 공무원과 조사단 판단에 따라 이건 우리가 대강 촬영할 것이 아니라 해서 전업작가를 불러다가 각잡고 촬영한 것이다.

저 보고서는 내가 열람하지 못했지만, 딴 잡다한 기술 필요없다. 저 사진 한 장이 모든 걸 말해준다. 

당해년도 발굴보고서 평가가 어떤지 모르겠는데, 저 사진을 실은 말이산고분군 13호분 보고서는 특A 판정을 내려 대서특필했어야 한다. 뭐 보고서 평가 꼬라지를 보면 그 우스꽝스럼이 폭소를 자아내긴 하더라만 암튼... 

문화재 현장은 때로는 사진 한 방이 모든 걸 말해준다. 

저와 같이 중요한 현장을 조사했음에도, 정작 그 조사성과를 수록했다는 보고서라든가 하는 자료들을 보면 부실하기 짝이 없으니 왜 이런 현상이 발생하는가 하면 

간단히 말해 왜 문화재 정보가 부실하기 짝이 없는가 하면, 이유는 간단하다.

지들이 사진 잘 찍는 줄 착각하는 문화재학도, 특히 고고학도 건축학도가 너무 많아서 그렇다. 지들이 진짜로 사진 잘 찍는 줄 알더라. 

이 오만은 문화재에는 재앙이다. 왜? 그것은 역사 망실, 기록 인멸인 까닭이다. 

물론 사정은 있어 매양 하는 소리가 사진 촬영비가 조사비에 따로 포함되지 않아서, 예산이 없어서라는 볼멘 소리를 많이 듣는다.

일정부문 타당할 것이다. 하지만 저처럼 전업 사진 작가 불러야 하는 현장 생각보다 얼마 되지도 않는다.

조사단이 아무리 쪼들려도 그 예산 하나 확보하지 못하지는 않는다고 본다. 
 

 
이것도 역시 오세윤 작가 작품이라 경주 열암곡이다. 내가 매양 하는 말이지만 현장 가봐라. 이 모습? 

조작이다. 이미지 조작. 

그렇다고 없는 장면을 만들어냈다는 뜻이 아니라, 전업 작가 아니면 만들어 낼 수 없거나 힘든 장면인 까닭이다. 

요새는 동영상 기록 중요성이 증대되거니와, 동영상이건 사진이건 진짜로 기록 잘해야 한다.

내가 잘 찍는다 착각하지 말고 전업작가 불러야 하는 이유는 그것이 바로 실록 쓰기인 까닭이다. 
 
#문화재사진 #문화재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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