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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SAYS & MISCELLANIES

[전문직으로서의 학예직, 그 이상야릇한 처지를 보며] (3) 전공은 내가 만든 것이지 학위랑은 눈꼽만큼도 관계없다

by 세상의 모든 역사 2023. 12.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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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이젠 이 이야기도 까발려야겠다. 학예직을 보면서 그 고생하는 장면들이 안쓰럽기는 하면서, 한편으로는 대견하기도 하면서, 그럼에도 제일로 꼴보기 싫은 장면이 내 전공은 무엇입니다라는 스스로의 규정이다. 

전공? 그네가 말하는 전공은 아주 간단해서 대학원 석박사 학위논문을 말하는 것이라, 거기서 내가 고고학을 했으면 나 스스로 고고학도라 하고, 미술사를 하면 미술사학도라 하며, 고건축을 했으면 고건축학도라 규정한다. 

그러면서 왈, 것도 세부 전공이 있어 같은 고고학이라 해도 어떤 친구는 기와 전공이라 하고, 어떤 친구는 토기라 하며 어떤 친구는 무덤 고고학이라 하거니와, 그걸로 끝인가? 
 

전공 따지다 새 된다.

 
이 친구들 매양 하는 말이 나는 신라고분 전공인데, 나는 백제토기 전공인데, 나는 도자기 전공인데 하는 말이라, 또 이걸로 끝인가 하면 그렇지도 아니해서 도자기면 도자기지 한국도자기 중국도자기 일본도자기 나누고, 것도 시대별로 농가서 고대 중세 근현대하는 꼴을 보면 솔까 구토나온다. 역겹다. 

그것이 그것만을 전업으로 하는 세계에서는 통용할지는 몰라도 내가 학예직이면 학예직이지, 저런 세분하는 전공별 학예직은 용납할 수도 없고 용납해서도 안 된다. 

전공? 웃기는 소리 마라. 생평 그걸로 논문 하나 썼다고 내가 그쪽 전문가란 말인가?

그 논리대로라면 김태식은 인류학 전문가요 신라사 전문가요 백제사 전문가이며, 고고학 전문가요 역사학 전공자이며, 또 의례를 했으니 의례 전문가이며, 또 민속학을 했으니 민속학 전문가란 말인가? 

웃기는 소리들 작작해라. 전공은 학위로 주어진 것이 아니라 열정이 만들어내는 그 무엇이다.

그것을 만드는 주체는 누구인가? 나지 누구겠는가?

전공은 주어진 것이 아니라 나 스스로 만들어가는 영역이다. 

내가 대학원에서 이런 걸로 논문을 썼다고 내가 그쪽 전문가가 되는 세상? 이딴 짓거리가 그냥 언설이 아니라 실제로 통용한다는 데 한국사회 비극이 잠재한다. 어떤 정도로 작동하는가?

문화재청과 국립박물관 인재 채용 시스템 한 번 봐라. 각종 학력제한 전공제한 걸어놓고 하는 말이 신라고분 전공자를 뽑는다 하고, 왕경 전문가를 뽑는다 하는 작태가 21세기 백주 대낮에 벌어진다. 

전공? 그딴 전공 내가 공무원 되어서도 얼마든 개척 가능하다. 

전공은 열정이다. 이 열정은 아마추어리즘이다. 내가 언제나 말하듯이 아마추어는 프로페셔널의 상대가 아니라 열정의 다른 이름이다. 

좋아서 미친 듯이 매달리는데 왜 내 학력, 대학 전공, 대학원 전공이 걸림돌이 되어야 한단 말인가?

내가 생각하는 학예직은 전공이 따로 없다. 설혹 뽑힐 때는 그 끄나풀 부여잡고 됐을지 모르나, 내가 미술관 들어가서는 미술 전반을 해야 하며,

개중에서도 행유여력이어거든 예컨대 피카소를 파고들건 마티스를 파고들건 할 일이며, 거기에서 내 진정한 전공이 생기지,

어디 굴러먹다 온 개뼉다귀 같은 석박사 논문을 들이밀며 나 이쪽 전문가요 한단 말인가? 

말한다. 

전공은 내 학위랑은 눈꼽만큼도 관계없다. 

전공을 내 열정으로 내가 스스로 만들고 개척하는 영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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