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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묘명현의 한 사람으로 훗날 사림의 추앙을 받았던 충암冲庵 김정(金淨, 1486-1521)은 지금의 동문시장 근처에 살았다.
제주 유배살이에 그런대로 잘 적응을 했던 모양인지, 그의 문집 <충암집冲庵集> 곳곳에는 제주 사람들과 소통한 흔적이 남겨져 있다. 그때도 동문시장이 있었다면 아마 시장을 드나들며 국밥 한 그릇 하지 않았을까 싶을 정도로.
애초 충암 본인이 트인 성격의 소유자인데다가, 주변 환경에 대한 호기심도 많았던 모양이다.
제주의 이모저모를 기록한 <제주풍토록濟州風土錄>도 그런 호기심의 소산이라고 해야겠다. 관심이 없었으면 기록으로 남기지 않았을테니까 말이다.
그 <제주풍토록> 중엔 이런 내용이 있다. 제주의 토산물을 얘기하는 대목이다.
"오직 토산물로는 표고버섯이 가장 많고, 오미자五味子도 많이 나는데, 씨가 아주 검고 커서 마치 잘 익은 머루 같아 맛을 구별할 수가 없다네. 또한 아주 달구만. ... 내가 처음 이를 말려보았더니, 아주 윤기가 도는 것이 범상치 않았네. 올해 제주목사가 나와 함께 많이 따다가 말렸다오. 비록 적지만 그대에게 보내 이 맛을 알게 하려 했는데, 아직 다 마르지 않았네그려."
제주의 오미자는 크게 두 종류가 있는데, 까만빛이 감도는 흑오미자와 빨그스레한 남오미자로 나뉜다고 한다.
'씨가 아주 검고 커서'라고 한 걸 봐서 흑오미자를 말렸던 거 같다. 처음에는 빨간색으로 오미자를 그렸는데, 흑백필터를 써서 검게 바꾸어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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