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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암 박지원(朴趾源, 1737-1805)의 <양반전>을 보면, 양반이라면 모름지기 꼭 해야 할 것들이 주루룩 적혀있다.
그 중의 하나가 "얼음에 박 밀듯이 <동래박의>를 줄줄 외는 것"이라는데, 그 <동래박의>가 이 책이다.
정식명칭은 <정선동래선생좌씨박의구해精選東萊先生左氏博議句解>.
이 책은 남송대 학자인 여조겸(呂祖謙, 1137-1181)이 <춘추좌씨전>에서 뽑은 여러 에피소드를 주제로 논술한 글을 엮었다.
그의 친구였던 주희(朱熹, 1130-1200)는 이를 과거시험에나 쓰이는 책이라고 혹평했지만, 역설적이게도 주자성리학의 나라 조선에서 이 <동래박의>는 어마어마한 베스트셀러였다.
판본이 꽤 여럿인데 이건 10행18자의 2권본이다. 17세기쯤 판본이 아닐지?
이 책의 전 주인은 꽤 열심히 읽었던지 군데군데 메모도 해놓고 비점도 꼼꼼히 달았다.
과거에 대비하는 수험서였기에 더욱 더 세세하게 보아야 했으리라. 그는 과연 "얼음에 박 밀듯이" 이 책을 외웠을까?
사람은 가고 책만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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