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엔 10월이 참 좋았다.
1일이 국군의 날이라 해서 빨간 날이었고, 때로는 추석연휴까지 찡가져서 더 그랬다.
전경련으로 대표하는 이른바 재계가 시월을 경멸해, 저 빨간 날들을 말살하는데 주력해
마침내 1일을 delete하고는 검은색으로 바꾸는가 싶더니
더욱 가열한 투쟁을 벌인 끝에 9일 한글날도 지워버렸다.
그러다가 감히 세종대왕을??? 하는 질긴 투쟁 역시 간단치 아니해서
이어령이가 없앤(혹은 적어도 없애는 데 동의한) 한글날이 기적으로 생환해서 오늘에 이른다.
올해는 추석이 빨라 9월로 일찌감치 도망하고
그런대로 3일 개천절과 9일 한글날이 살아남아 주말에서 귀환했다.
젤로 기분 나쁜 것이 저리도 희귀하거나 희유한 공휴일이 주말과 겹치는 일이니
그런 까닭에 저를 없애고자 다른 방식도 채택되어 대체 공휴일이란 것도 도입된 모양이나
암튼 우리는 여전히 노는데 인색한 것만은 사실이다.
다 놀면 소는 누가 키우나 하는 이 밑도끝도 없는 저항이 만만치는 아니해서
노는 일이 결국은 경제활동이라 그리 주구장창 주창해도, 이 목소리는 여전히 주력을 확보하는 데 실패했다.
각설하고 올해 시월은 그런대로 볼만해 첫주 목욜에 개천절이 걸리고
이번주는 딱 중간인 수욜이 그런 날이다.
이 주중 붉은 날이 나한테도 중요한 까닭은 순전히 우리 공장 문화부 내부 방침이기는 하지만
공휴일과 토욜은 부장이 쉬는 날로 정한 까닭이다. 이날은 차장급 1명이 돌아가며 데스킹 업무를 한다.
이제 이 일도 끝을 향해 달린다.
그래도 저런 빨간날 배치를 보면서 딱 하나 아쉬운 점은
기왕 주중이 빨간날이걸랑 수욜일이 딱이라는 말을 하고 싶다.
목욜이면 주초가 지친다. 수욜일이 딱 좋다.
조삼모사지만, 그래도 난 수욜이 좋다.
그래! 난 원숭이다 어쩔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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