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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훈의 사람, 질병, 그리고 역사/한국과 중국의 미라

[조선시대 미라-8] 미라는 보존해야 하는가 매장해야 하는가 (3)

by 초야잠필 2019. 3.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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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훈 (申東勳·서울대 체질인류학 및 고병리연구실)

 

앞 연재에서 조선시대 미라의 학술적 가치에 대해서 좀 자세하게 썼다. 

 

필자는 적어도 우리나라에서는 조선시대 미라가 단순한 대중의 흥미거리에서 벗어나 다른 역사학 분야와 같은 수준의 정보를 (그것도 문헌에서는 찾을 수 없는 정보를) 제공할 수 있는 연구주제가 이미 되었다고 생각한다. 앞으로 이 부분에 대해서는 좀 더 이야기할 기회가 있을 것이다. 

 

각설하고  

 

모든 분야가 다 마찬가지이겠지만 학술분야에도 과유불급이라는 말은 적용된다. 

학자들은 특히 자신이 전공하는 분야 연구에 파뭍히게 되면 그 분야에 집중하여 시야가 현저히 좁아진다. 이것을 단점으로 이야기 한다면 시야가 좁아진다고 할수 있겠지만 좋게 평가하자면 전문성이 올라가고 집중력이 뛰어난 것이 될 것이다. 

 

이렇게 자기 분야를 깊게 파고 들어가면 점점 좌고우면할 여유가 없어지고 무관심하게 되는 것이다. 

 

그런 면에서 학계에 처음 발 디딘 사람들은 "학문 윤리"라는 것을 배운다. 

 

학문 윤리란 학계에서 나쁜 넘 좋은 넘을 가르고자 하는 것이 아니다. 연구하는 사람들이 무슨 그렇게 대단한 광영을 누리겠다고 공부하러 들어와 나쁜 짓을 하고 돌아다니겠는가? 

 

최근에 새로 개봉한 "flatliners" 영화가 신세대에게는 더 익숙하겠지만 사실 키퍼 서덜랜드-줄리아 로버츠-케빈 베이컨 등이 열연한 1990년 작이 훨씬 잘 만든 영화이다. 이 영화는 인간의 호기심과 과학 윤리의 문제를 재미있게 풀어가고 있다. 이 영화에는 악인은 없다. 인간의 호기심때문에 "악"과 "비윤리"의 영역을 드나드는 사람들이 있을 뿐. 연구자에게 있어 연구 윤리란 그렇게 멀리 떨어진 별나라의 이야기가 아니라는 것을 잘 보여준다.  

 

그보다는 학문 윤리란 공부하는 사람들이 자기 분야에 매몰되어 자칫 빠지기 쉬운 맨홀에 대해 끊임없이 주의를 환기시키는 역할을 하는 것이다.

 

앞에서도 이야기했지만 미라 연구를 보는 시각은 대략 이 연구가 필요하다고 밀어줘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 그리고 별 의견 없이 지켜보는 사람들, 그리고 미라 연구 자체에 대해 좋은 느낌을 갖지 못한 사람들, 이렇게 나뉜다고 할 수 있다. 

 

어떤 한 분야 연구가 이처럼 호불호가 확연히 갈리는 경우는 많지 않다. 특히 그 연구가 항상 대중이 호기심을 불러일으키는 요소가 있다면-., 그 분야는 전전긍긍 여림심연 여리박빙 (戰戰兢兢 如臨深淵 如履薄氷) 항상 좌고우면하고 끊임없이 고민하고 조심하면서 가지 않으면 안되는 것이다. 

 

여기서 미국 이야기를 좀 해보자. 

 

다들 아시겠지만 미국은 21세기에도 전세계 학문의 종주국의 위치를 누린다. 과거 몇개 국가가 지역 맹주 역을 자임하던 때와는 달리 요즘은 미국 학문이 그냥 세계 최강, 국제 표준이다. 전미학회는 특정 분야를 제외하면 거의 세계학회와 동의어인 경우가 많다. 

 

인골에 대해 연구하는 인류학 분야도 그렇다. 

 

인기를 꽤 끌었던 미드 "본즈"

 

"본즈"라는 미드가 있었다. 

 

무려 12년을 끌다가 최근에야 종영했는데 원작은 Kathy Reichs라는 법의인류학자가 썼다. 나는 개인적으로 면식이 없는 양반인데 한다리 건너 이야기를 들어보면 전공인 법의인류학을 주제로 쓴 소설이 대박이 나서 상당히 많은 돈을 벌었다고 한다. "본즈"라는 미드는 이 소설을 원작으로 한 TV 쇼이다. 

 

Kathy Reichs (위키피디아에서)

 

우리나라에도 몇몇 연구자가 활발한 활동하는 법의인류학이란 분야는 한마디로 말해서 과학범죄 수사를 하는 법의학과 사람 유해에 대한 연구를 하는 인류학이 합쳐서 탄생한 분야라고 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대형 항공 사고가 났다고 생각해 보자. 누가 누군지 모르는 사람 유해들이 현장에서 발견될 것이다. 이 유해의 신원을 확인하기 위해서는 고도의 숙련된 전공 기술이 필요한 것이다. 이 전공 기술을 오랜 세월 동안 트레이닝 받은 사람들을 법의인류학자라 한다. 이들은 작은 실마리를 가지고 뼈만 남은 사망자의 신원을 추리한다. 

 

국내에서는 가장 대표적인 예로 국방부 유해발굴감식단이 있다. 

 

 

 

국방부 유해발굴 감식단은 이런 일을 한다고 한다. 이 중 발굴팀과 감식팀에는 많은 고고학자와 법의인류학자가 채용되어 일한다.  

 

이 기관에서는 한국전쟁 등 국가에 대한 의무를 다하기 위해 참전했다가 전사한 우리 국군 유해를 발굴 감식하는 일을 한다. 

 

해마다 현충일이면 매스컴에도 자주 다뤄지곤 해서 일반인에게도 낯설지 않은 기관일 것이다. 

 

법의인류학자가 사회 공익을 위해 얼마나 중요한 일을 하는지 가장 잘 보여주는 사례라고 할 수 있다. (계속)

 

P.S.) 제가 학회 참석 관계로 금주 금요일 연재는 건너 뜁니다. 다음주 화요일에 다시 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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