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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훈의 사람, 질병, 그리고 역사/한국과 중국의 미라

[조선시대 미라-9] 미라는 보존해야 하는가 매장해야 하는가 (4)

by 초야잠필 2019. 4.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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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훈 (申東勳·서울대 체질인류학 및 고병리연구실)

현충일 때마다 홍보가 되어 지금은 어느 정도 잘 알려지게 되었지만 국방부 유해감식단은 군 복무 중 불행히도 전사하거나 실종 된 유해를 찾아 과학적 감정을 통해 유가족에게 시신을 인도하는 역할을 한다. 

이런 감식단은 사실 우리나라가 처음 만든 것은 아니고 그 모델은 미국의 Joint POW/MIA Accounting Command (약칭해서 JPAC) 이었던 것으로 안다. 내 기억으로 하와이에 본부가 있는 이 기관 수장은 미군 별 두 개였다고 기억하는데 최근에 다른 기관과 합병하여 Defense POW/MIA Accounting Agency 라는 이름으로 명칭이 바뀐 모양이다. 

이 기관에는 한국계 연구자도 근무했거나 하고 있다. 가끔 메스컴에서도 다루어져 이 양반들을 지면에서 접한 분들도 계실 것이다. 

 

미국 Defense POW/MIA Accounting Agency의 진주현 박사. 관련 인터뷰는 여기에

전장에서 전사한 병사의 유해는 신원 확인이 쉽지 않다. 

특히 한국전쟁처럼 오랜 세월이 지나고 나면 전투에 대한 군 기록, 증언 등을 토대로 정보를 수집하여 이를 바탕으로 유해 신원 파악을 시도하겠지만 이것만으로는 역시 부족할 것이다. 이 때문에 발굴한 인골에서 가능한 한 많은 정보를 획득해야 할 필요성이 생긴다. 이를 위해 DNA 분석, 인류학적 분석 등 다양한 기법이 동원되는데 이 때문에 한국과 미국 양국 해당기관에는 많은 수의 인류학자가 일한다. 

한국에서 만난 학자들. 이 중에 일부는 자국에서 전사자 신원 확인을 위한 업무에 종사하고 있다. 왼쪽에서 두번째는 우리 국방부 유해발굴감식단 이혜진 선생이나 가운데 네브라스카대학 칼 라인하르트 교수도 마찬가지. 

 

필자가 유해 발굴 감식에 관한 이야기를 좀 장황하게 쓴 이유는 이처럼 중요한 역할을 하는 작업이 어느 하루 갑자기 만들어지는 것은 아니라는 이야기를 하고 싶어서이다. 예를 들어 인골을 보고 나이와 성별을 추정하는 작업은 사망자 감식의 첫 단계로 매우 중요한 작업인데 이 작업의 정확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많은 경험과 데이터 축적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당연히 신원이 명확하게 파악된 인골이 체계적으로 수집되어야 뼈고고학자의 훈련이 효율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을 것이다. 

인골이 체계적으로 수집되지 않은 나라는 당연히 뼈고고학자의 역량이 떨어질 수 밖에 없고 고고학 발굴이나 사고 수습 유해 감정에서 정확도가 떨어질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이처럼 역량있는 뼈고고학자 배출은 하루아침에 이루어지지 않는다. 

 

미드 "Bones"의 한 장면. 이 드라마를 보면 적지 않은 인골이 이 가상의 연구기관에 체계적으로 관리되는 것으로 보인다.

이 때문에 미국의 경우 큰 박물관이나 대학 연구소 등지에서는 연구를 위한 인골 컬렉션을 보유한 일이 많다. 가장 대표적인 기관이 유명한 스미소니언자연사박물관이나 뉴욕자연사박물관 등의 대형 박물관이다. 

이곳에는 고고학 발굴이나 기증 등으로 확보된 많은 인골이 체계적으로 보관되어 연구에 이용 중이다. 

오늘날 백골화한 인골을 보고 성별, 나이, 사망자의 신체적 특징등을 유추해 내거나 수십년 전 전사한 병사 시신을 분석하여 유가족에게 돌려주는 작업이 가능한 이유는 바로 이러한 기관들이 보유한 방대한 인골 풀 덕에 가능해 지는 것이라 할 수 있다. (계속)

뉴욕 자연사 박물관 

스미소니안 자연사박물관

전 회에 소개했던 미드 "Bones"의 배경이 되는 Jeffersonian Institute는 가상의 연구기관이지만 실제 모델은 바로 스미소니안 자연사박물관이다. 이 미드는 과장된 측면이 있기는 하지만 어쨌건 여기서 보이는 뼈고고학자/법의인류학자의 전문성은 그 연구기관이 보유한 방대한 인골 컬렉션의 힘에서 비롯되었다고 할 수 있다. 

(해외 학회 참석의 여독이 안풀려 오늘은 여기까지만-. 양해를 부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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