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시대의 대장경을 추정하건데:
팔만대장경의 글자수와 조선왕조실록의 글자수가 5200만자 정도로 거의 비슷하다.
팔만대장경은 쉽게 말해서 조선왕조실록 전체를 목판에 새겼다고 보면 되겠다.
이게 얼마나 많은 글자수냐 하면 중국의 사기부터 명사까지 24사를 모두 합한 글자수가 5000만자가 안 된다.
그런데 팔만대장경이 끝이 아니고 그 앞에 초조대장경이 또 있다.
고려시대에는 조선왕조 전체를 두 번 목판에 새기거나
중국 24사를 두 번 목판에 새겼다고 보면 되겠다.
이쯤되면 초조대장경-팔만대장경이 얼마나 거대한 문화적 성취물인지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이처럼 고려시대 초기까지 축적한 한반도의 문화적 역량의 수준에 대해서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그런데 김부식이 삼국사기를 편찬하고자 할 때, 앞에서도 여러번 글을 썼지만 그는 사료의 부족에 허덕여야 했다.
왜 이런 일이 벌어졌을까? 김부식의 입을 빌어 그 이유를 들어보자.
以謂今之學士大夫 : 지금의 학사 대부(大夫)들은
其於五經諸子之書 : 5경과 제자백가의 글,
秦漢歷代之史 : 진한이래 역대의 역사에는
或有淹通而詳說之者: 혹 두루 통하여 상세히 말하는 자가 있어도
至於吾邦之事: 우리나라 일에 이르러서는
却茫然不知其始末: 망연히 그 시말을 알지 못하니
甚可歎也 : 심히 탄식할 만한 일이다. (진삼국사표)
신라와 고려가 축적한 문화적 역량에도 불구하고 김부식의 책상 앞에 문헌사료가 거의 놓여있지 않은 이유?
딴것없다. 안 읽었기 때문이다.
감히 짐작하건데, 김부식이 삼국사를 편찬할 당시, 한반도에는 김부식보다 삼국사를 더 많이 아는 사람은 없었다고 할수 있겠다.
삼국사기의 부실함을 김부식 탓으로 돌리기에 앞서, 김부식의 저 진삼국사표를 하루에 한번씩 암송해야 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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