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12.14 11:00:24
조선후기 일상사 최대 보고 「이재난고」 완간
(서울=연합뉴스) 김태식 기자 = 현존하는 조선시대 일기류 중 규모나 기록 분량 등 거의 모든 면에서 최대·최다로 꼽히는 황윤석(黃胤錫. 1729~1791)의 친필유고 「이재난고」 전 57권이 완간됐다.
한국정신문화연구원 장서각(관장 문옥표)은 황윤석이 10살 때 시작해 사망하기 이틀 전까지 장장 54년에 걸쳐 쓴 매일매일의 일상사 기록인 「이재난고」 원고 전체를 정자체로 풀어쓰고, 표점을 찍어 총 9권으로 출판했다고 14일 말했다.
이로써 한자별 원문 총분량 530만 자, 200자 원고지 2만6천500장 분량에 달하는 「이재난고」는 저자 황윤석 사망 이후 무려 200여 년 만에 처음으로 활자화됐다.
이번 활자본 「이재난고」 발간 작업은 1990년 이후 정문연 장서각과 전북향토문화연구회가 공동으로 시작해 지난 94년에 본문편 제1권을 내기 시작한 이후 이번에 9권이 선보임으로써 사실상 완간을 보았다. 내년에는 '색인집'이 나온다.
원고의 초서체를 정자체로 바꾸는 탈초(脫草)는 이강오 전북대 명예교수가 주축이 된 전북향토연구회에서 1차로 한 다음 이를 장서각팀이 교정·교열했다.
「이재난고」는 임진왜란 발발 이전 조선전기에 나온 일기류들인 「미암일기」나 「묵재일기」를 뛰어넘는 기록으로 평가되고 있으나, 지금까지 한 번도 간행이 되지 못한 채 황윤석이 남긴 원고 뭉치 그대로 전해질 뿐이었다.
원본은 현재 전북 고창군 성내면 조동리 평해황씨 종가에 보관돼 있다.
「이재난고」는 황윤석이 매일매일의 경험을 기록했다는 점에서 일기류에 속한다. 개인의 경험이나 감흥을 실로 가감없이 직설적으로 그대로 표출했는가 하면, 정치·사회·경제·문화·과학 각 방면의 조선후기상을 풍부히 남기고 있다.
또한 군데군데 논설류가 첨부되어 있어 다산 정약용의 「여유당전서」에 비견되는 저술로도 평가되고 있다.
하지만 원고 뭉치 그대로 남아있는 데다 그 대부분이 석궁체(夕弓體)라고 해서, 글자 그대로 '저녁을 굶어가며 쓴 듯한' 초서체로 기록되어 있어 극히 일부의 전문가가 아니고서는 판독 자체가 불가능했다.
「이재난고」는 1930년대 중반에 위당 정인보와 자산 안확 등이 「여유당전서」와 함께 간행하려 했으나, 뜻을 이루지 못했다.
정문연 권오영 교수는 "「이재난고」는 조선후기 생활사 박물관에 비견될 만큼 매우 중요한 자료로서 이번 활자본 완간을 통해 다양한 조선사의 면모를 엿볼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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