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시, 계절의 노래(34)
반딧불[詠螢火詩]
[남조(南朝) 양(梁)] 소역(蕭繹·元帝) / 김영문 選譯評
사람에게 붙으면
뜨겁지 않나 의심하고
풀 속에 모여도
연기 없어 의아해하네
날아와도 등잔 밑은
여전히 어둡지만
날아가선 빗속에서
반짝이며 불타네
着人疑不熱, 集草訝無煙. 到來燈下暗, 翻往雨中然.
(2018.05.18.)
내 어릴 때 고향 영양의 상징은 담배와 고추였다. 실제로 거의 집집마다 황초굴(엽연초 건조장)이 있었고, 거의 모든 밭에 고추를 심었다. 이제 담배는 사양 산업이 되었고 고추 농사만 남아 늙어가는 고향의 상징으로 남아 있다.
그런데 2천 년 대 이후 지역 관광산업을 활성화하면서 별, 반딧불이, 일월산, 산나물 등을 특화 아이템으로 내세워 관광객을 유치하기 시작했다. 모두 영양이 산골 오지이고 청정 지역임을 간판으로 삼은 지역 마케팅이다.
그 중 별과 관련해서는 2015년 10월 31일 국제밤하늘협회(IDA)가 아시아 최초로 영양 수비 지역을 국제밤하늘보호공원으로 지정했다. 이로써 영양은 밤중에 전등 불빛에 방해받지 않고 별을 가장 많이 관찰할 수 있는 특구로 인정받았다.
청정 영양을 알리는 또 하나의 중요한 아이템은 바로 반딧불이다. 국제밤하늘보호공원 일대는 반딧불이생태공원이기도 하다. 영양 지역에서는 골골마다 아직도 여름밤에 반딧불이를 쉽게 볼 수 있다. 별이 날아다니는 것처럼 수많은 반딧불이가 산과 들을 수놓던 어릴 적 여름밤과 비교해보면 지금은 그 숫자가 확연히 줄었지만 그래도 조금만 주의하면 쉽게 반딧불이를 목격할 수 있다. 영양에서는 영양반딧불이보존회가 결성되어 있고, 해마다 반딧불이 유충 방사 행사도 벌인다.
이 시를 읽으며 자연스럽게 내 어릴 적 고향 여름밤을 떠올렸다. 사람에게 붙어도 뜨겁지 않고, 풀더미에 떨어져도 연기가 나지 않고, 비가 내리는 밤에도 꺼지지 않는 반딧불이는 신비함 그 자체였다. 반딧불이를 잡아서 손바닥에 올려놓으면 꽁무니 부위에서 선명한 불빛이 끊임없이 깜박인다. 어두워졌다 밝아졌다를 반복하는 신비한 불빛을 보고 있으면 흡사 도깨비불을 잡고 있는 듯한 느낌에 사로잡히곤 했다.
꿈결 같은 여름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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