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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재현장

<주마간산 애급여행기> (2) 메르스에 낙상에 개점휴업해 버린 낙타

by taeshik.kim 2019. 3.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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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기내식을 먹기로 했노라, 애급으로 간다는 통보가 있지마자 마누라 잔소리가 심해진다. 


출발 며칠 남았다고 이제서야 통보하느냐? 하필 애급이냐? 여행적색국가인 건 아느냐? 얼마전 테러로 베트남 사람 몰살한 거 아느냐? 말라리아 약은 먹었느냐?


개점 휴업 낙타타기. 하릴없는 주인만 타고 다닌다.



뭐가 이리 복잡다단하고 시끌벅적한지, 암튼 그 날짜로 마누라는 약국에 쪼르륵 달려가선 두툼한 약봉지 내미는데 그러면서 명하시기를 "본래 말라리아 약은 며칠 전까지 주사를 맞아야는데, 당신은 이미 늦었으니, 속성으로 이 약을 세 번 복용해야 한다. 떠나기 전까지 두 번을 복용하고, 마지막 세 번째는 이집트 현지에서 며칠날 복용해야 하니, 내가 약봉다리 넣었다. 내가 카톡이니 뭐니 하는 메시지는 일체 안 보내겠다. 다만, 약 먹는 날짜에만큼은 문자 보낼 테니, 그날 반다시 나머지 약 복용하고, 먹었다는 증거 확실히 사진으로 찍어 보내!!!!"라 하는 것이 아닌가? 


낙타 대신 말을 타면 되지



그래 유비무환이라고, 꾹 참고 먹었다. 이 말라리아 약 말고도 언제나 이런 해외여행에서 그랬듯이 이번에 마누라는 각종 비상약에다가 버물리며 하는 따위 비상 약국을 차려서 기어이 꾸깃꾸깃 트렁크에다가 쑤셔박았다. 


여담이나, 열대성 모기 창궐한다는 그 애급에서 모기는 단 한 마리도 구경하지 못했다. 아랍 혹은 중동하면 대뜸 열사의 나라라 해서 무더위 판친다 여기거니와, 가서 보니 우리 날씨랑 차이가 없다!!!! 카이로 남쪽으로 900킬로미터 내려간 아스완 정도가 봄 날씨 정도였고, 늦겨울 초봄 날씨 그것이었다. 


마누라 호들갑이 아니라 해도 애급 여행이 적기라고는 하기 힘들었다. 그도 그럴 것이 직전에 관광버스 테러로 베트남 사람 셋이 폭사했다는 소식이 전해졌고, 그 무렵이던가 아무튼 이집트에서 낙타 타고는 말 그대로 낙타落駝해서 한국 여행객 한 분이 분사했다는 소식까지 더해졌으니 말이다. 


야밤 호텔 마당에서 탄 낙타!



한데 이 낙타와 관련한 소식 하나가 더 있었으니, 다름 아닌 신식 독감의 선두주자 메르스와 관련 있다는 뉴스들 때문이었다. 듣자니, 메르스 전파 오염에 낙타 침이 매개체라나 어떻다나 나원, 내가 제아무리 과학 혹은 의학 문외한이라 해도, 낙타 침이 무슨 메르스랑 관련이 있다는 말인가? 이 무슨 해괴망측한 괴소문이라는 말인가?


나는 낙타건 말이건, 그걸 타는 일을 좋아하지 않는다. 탈 생각도 없는 사람한테 메르스 운운하며 너도나도 신신당부 타지 말라 하니, 막상 애급 현지에 도착해서는 괜한 용심이 났으니, 기어이 저걸 한 번 타 보고 말리라는 굳은 결심을 했더랬다. 이 낙타 침 메르스 사태는 주요 관광지를 중심으로 낙타로 영업하는 현지인들한테는 거의 치명타 아닌가 싶었으니, 비단 우리가 아니래도 제법 많은 한국관광객 그 누구도 낙타 탈 생각을 하지 않았으니 말이다. 


"우리도 일하고 싶어요"



이 낙타 타기는 선택 관광에 포함되기는 했는데, 한국인 현지 가이드부터 저번 낙산 사고와 메르스를 언급하면서 "권하고 싶지는 않다" 하니 누가 탄단 말인가? 적어도 한국 관광객 중에 낙타를 타는 사람을 보진 못했으니, 이러다간 낙타 관광 사업은 망할 성 싶었다. 


귀국길에 다시 카이로에 들른 그 마지막날 밤, 나는 기어이 그 호텔 정원을 어슬렁거리며 먹잇감을 구하는 낙타 상인에게 그만 걸려들어 낙타를 타고 말았으니, 다른 기억은 내세울 만한 것이 전연 없고, 생각보다 낙상 위험이 크고, 더구나 막상 이 놈이 일어나 걷는데, 발 아래를 쳐다 보니 아주 높은 곳에 내가 위치하는구나 하는 생각은 퍼뜩 들었다. 


그러면서 이런 데서 낙상하면 자칫 사망까지 이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불현듯 들기도 했다. 운수가 아주 나빴던 그 분도 그런 일이 있으리라 예상이나 했겠는가? 아무튼 낙타를 사막도 아니요, 그것도 대낮도 아닌 한밤중 호텔 정원에서 탔으니 뭐, 기분은 별로였다. 


덧붙여 말하건대, 난 낙타 주둥이는 근처에도 안 갔다. 낙타 침이 튀길까봐서가 아니라, 내 침이 낙타에 튀길까 해서였다는 점을 꼭 말해두고자 한다. 


나일강 크루즈



베트남 버스 테러와 관련해서 한 가지 말해두고 싶은 점은 요즘 해외관광을 다니는 베트남인이 눈에 띄게 많아졌다는 사실이다. 이는 비단 애급에서만이 아니라, 다른 지역에서도 광범위하게 나타나는 현상이어니와, 테러를 당한 그 사람들도 아마 그런 부류가 아니었을까 상상해 본다. 이는 베트남이 그만큼 최근 경제가 급성장한 증좌 아닐까 싶다. 


일본, 한국, 그리고 중국 관광객으로 세계가 차례로 몸살을 앓았거니와, 조만간 그 비난이 온통 베트남으로 가지 않을까 상상해 본다. 인구 1억명, 베트남은 이미 우리가 생각하는 그 베트콩이 아닌 까닭이다. 


사흘간 계속한 나일강 크루즈에도 베트남 관광단이 있었다. 개중 한 젊은 여성은 무슨 춤이라 하나? 배꼽 훌러덩 내놓고 벨벨 몸을 꼬아 추는 춤을 잘 춰서 인기 독차지였으니, 그 여성에서 푹 빠져 허우적거린 우리 일행 중 한 분이 있었다는 말을 해 둔다. 


첫날 그 춤을 보고 반한 그 일행은 이튿날 밤에도 같은 쇼가 펼쳐지며, 그 쇼에 다시 묘령의 그 베트남 여성이 출현한다는 정보를 기어이 입수하고는, 마침내 그날 밤이 되어 그 자신도 모습을 드러내 강남스타일 막춤을 추어댔으니, 어디서 구해왔는지 아랍 복장을 했더랬다. 그 시간 나는 뻗어버려 전모를 목격하진 못했지만, 이튿날 들으니, 어느새 이 일행 분은 "만수르박"으로 통용되고 있었다.  



나일강변 목장



이 여성은 이후 우리가 가는 데마다 다시 마주치곤 했으니, 기어이 그 번호를 딴 그 우리 일행이 귀국에서 뒷조사한 바에 의하면, 베트남의 이른바 대표적 인텔리겐차였으니, 베트남 공산당원에다가 무슨 조직 간부이며, 미국인지 어느 저명한 대학에서 박사학위까지 취득한 재원이었다. 말하자면 미래 베트남을 이끌 재원으로 분류되는 여성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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