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새해 경자년은 쥐띠해이다.
'쥐'하면 '쥐구멍에도 볕 들 날 있다.' 라는 속담이 떠오른다.
"온양아, 나 이번에 시험 또 떨어졌다. 엄마한테 뭐라고 말하지...고시원비에 학원비에 생활비에...동창놈들은 연말이라고 얼굴보자하는데, 내가 거길 어찌 가냐. 애들은 다 잘나가고, 나는 이모양 이꼴이고...휴..."
"야 인마! 이모양 이꼴이긴 잘 하고있고만 뭐. 쥐구멍에도 볕 들날 있다잖아. 힘내 인마. 내가 도와줄게!"
대화속 온양이 같은 처지에 있는 친구에게 위로의 말을 건낼 때, 혹은 어려운 처지에 있는 상황에서 스스로에게 위로를 보낼 때, 이 속담을 쓰지 않을까 싶다.
쥐구멍처럼 빛이 들어올까 싶은 아주 작고 컴컴한 구멍에도 언젠가는 따뜻한 볕이 들어온다는 것이다. 그러니 지금 이 힘들고 어려운 상황에 너무 낙담말고 희망을 갖고 살아가라는 훈훈한 의미가 담겨있다.
문제는 '언젠가'가 아닐까.
그래서 볕은 언제 들어오는데?
한달? 1년? 2년? 5년? 10년?
'언젠가'를 겪어본 사람은 알 것이다. 그 과정이 얼마나 막연하고 답답한지를.
'이거 내 구멍 빼고 다 빛이 들어오는거 아니야?' 하는 의심이 마음 속에서 싹트고, 지치고, 힘들고, 외롭고, 다 포기하고 싶다가도 차마 포기는 못하겠고.
그런데, 또 '언젠가'를 겪어본 사람은 알 것이다.
묵묵히 걷다보면 정말 언젠가는 볕은 들어온다는 것을.
그 볕이 호롱불처럼 어른어른일 수도 있고, 형광등처럼 쨍 할 수도 있고 정도의 차이일 뿐, 볕은 들어온다는 것을.
어쩌면? 어쩌면! 어둠이라고 생각하는 지금 이 순간에도 볕이 들어오고 있을 수도 있다. 다만 주위가 너무 밝아서 내 볕이 안 보일 뿐.
힘겨울 때가 있다.
이렇게 말하면 웃을지 모르겠지만 사는 게 녹록지 않다.
방금 간신히 산 넘었는데 또 산이고, 들판인 줄 알았더니 웬걸 지뢰밭이고, 자전거 타고 씽씽 달려볼까 했더니 갑자기 오르막길이고. 휴.
그래도 누군가 그 작은 쥐구멍에 볕이 드는 걸 보고, '아...이 작은 구멍에도 볕이 드는데...' 하고 속담을 만들지 않았겠는가...
조심스럽지만, 각자의 '좋은 날'이 올 때까지 걷자.
걷고 걷다보면 쨍 하고 볕 들날 오지 않을까!
민들레 잎을 먹는 쥐
작자미상 액자크기 42.6x36.5, 그림크기 21.2x18.1
연근을 먹고 있는 쥐
작자미상 액자크기 38.5x32.0, 그림크기 21.0x14.9
쥐는 예로부터 먹을 복이 많은 동물로 여겼다. 그래서 주로 무언가를 먹는 모습으로 그림에 등장하곤 했다.
*갑자기 쥐띠 이야기
쥐띠는 부지런하고, 민첩한 성질을 갖고 있으며 영리하고 지혜롭다고 하네요.
또한 먹을 복도 많고, 재물복도 많다고 해요!
쥐띠 여러분 우리 친하게 지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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