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여송은의 뮤지엄톡톡

할아버지 오래된 수첩 속 이야기-박물관 건축

by 여송은 2019. 12. 3.
반응형

 

 

"할아버지 나는 박물관 올라가는 이 길이 참 좋아요."

 

 

"우리 강아지도 그렇구나. 할아버지도 그래요. 멀리서보면 박물관 건물이 다 보이는데, 조금씩 조금씩 언덕을 오라가다보면 박물관이 안보여요. 한번더 굽이쳐 올라가면 그제서야 짠 하고 박물관이 나타나지."

 

 

 

"네! 맞아요. 예쁜 나무들 사이로 박물관이 보일랑 말랑 좋아요."

 

 

"그런데 우리 강아지가 이걸 알까 말라요~~박물관 올라가는 이 길도 치밀한 건축가의 설계에 의해 만들어 졌단다."

 

 

"아 정말요?? 저 약간 배신감 들어요.ㅜㅜ저는 자연적으로 만들어진 멋진 길이라 생각했어요. 그래서 감동이었는데..."

 

 

"허허허, 건축가의 수많은 고민끝에 만들어진 아름다운 길이란다. 우리는 건축가의 의도대로 박물관을 건물을 향해 올라가면서 '와!' 하고 감탄을 하지요. 실제로 정문에서 박물관 건물까지 올라가는 이 길을 건축가가 박물관 설계를 하면서 가장 주안점을 둔 부분이기도 하단다.  박물관에 들어설 때, 박물관의 첫인상을 좋게 심어주기 위해서였지. 첫인상이 중요하잖아?"

 

 

"맞아요!!"

 

 

"약간의 경사지며 휘어진 길을 따라 올라가면 작은 언덕이 있고, 그 너머에 박물관 건물이 보이게 만들었지요. 의도적으로 만든 휘어진 진입로와 언덕이지만 잠시나마 자연 속을 걷는 느낌이 들지 않니? 허허허."

 

 

 

"네~~! 할아버지 말씀 들으니 그런 것 같아요! 할아버지, 그럼 누가 박물관 건물을 그린거에요?"

 

 

 

"건축가인 김석철 선생님이 박물관을 설계 했단다. 지금은 돌아가셨지만."

 

 

 

 

【온양민속박물관 설게 초기 단계 김석철 선생의 건축 이미지 스케치】

 

 

 

"김석철 선생님?? 유명하신 분이에요?"

 

 

 

"허허허. 우리 강아지가 말하는 유명하다는 기준이 뭘까요. 아주 유명하시지?! 그것보다도 건축에 조예가 깊으신 분이지요.

 

김석철 선생은 우리나라 건축의 거장 김중업 선생과 김수근 선생을 스승으로 모시고 공부한 분이란다.  그렇게 두 거장의 스승 밑에서 건축과 도시설계에 대해 경험을 쌓고, 자신만의 건축사무실인 '아키반'을 만들게 되었지.

그 뒤 초대 관장인 김홍식관장과 인연이 닿아 온양민속박물관 설계를 맡아 하게 되었지요."

 

 

 

"오... 잘 모르겠지만 엄청 유명하신 분 같은데요??"

 

 

 

"허허허. 그래요 아주 유명해요~~"

 

 

 

【개관 당시의 온양민속박물관 전경】

 

 

 

"할아버지! 저는요, 박물관 이 불그스름한 이 벽돌이 좋아요! 벽돌로 지은 건물이라 그런지 따뜻하고, 포근한 느낌이 들어요."

 

 

 

"우리 강아지 할아버지랑 다니니깐, 보는 눈이 조금 높아진 것 같은데요?"

 

 

 

"치! 저 원래 높았거든요?!"

 

 

 

"허허허 그래그래. 내가 우리 강아지를 무시했네 미안해요~~ 대신 할아버지가 왜 박물관 건물을 벽돌로 만들게 되었는지 이야기 해줄게요."

 

 

 

"네!! 궁금했어요."

 

 

"할아버지도 김석철 선생님과 같이 작업하였셨던 이상해 선생님한테 들은 이야기에요.

 

건축을 할 때 기본적으로 고려해야하는 것들이 있는데, 그중 하나가 '건물이 들어설 장소', '건물에 적용할 기술과 재료', '건물의 기능과 용도'란다. 박물관을 벽돌로 마감한 것은 이 세가지를 모두 고려한 것이라고 볼 수 있어요.

 

박물관을 지을 당시 박물관 주변은 논과 밭이었어요. 그래서 이러한 곳에 들어서는 건물은 '흙'을 재료로 지으면 주변 환경과 잘 어울릴 것이라 생각하였지요.

 

또한 민속 유물을 주제로한 박물관이기에 건물을 보았을 때, 전체적으로 권위적이지 않은 따뜻한 느낌을 주고 싶었지요. 마지막으로 박물관은 유물을 보관하고 전시하는 공간이기에 이 유물을 잘 보존할 수 있는 재료로 박물관을 짓는 것이 마땅하다고 생각했어요."

 

 

"그럼, 이 모든 것을 충족시키는게 벽돌인 거에요?"

 

 

 

"그렇단다. 한국적인 정서와 이미지를 잘 담을 수 있는 현대건축 재료로 벽돌이 가장 적합하다고 생각했지. 우리 강아지도 박물관을 보면서 친숙하고 따뜻함을 느끼는걸 보니, 이정도면 성공한 건물이지요? 허허허."

 

 

【온양민속박물관 외부 전경】

 

 

【온양민속박물관 외벽】

백성 민 '民'자를 서로 기대어 논 모습인 박물관 MI와 생업실 심볼(디자인 김춘, 1977)

 

 

"네! 벽돌도 각각 색이 달라 더 예쁜 것 같아요. 어떤 벽돌은 거무스름하고, 어떤 것은 불그스름하고, 빨간것도 있고요, 주황빛 도는 것도 있어요.  각양각색 다른 색을 띠는 벽돌들이 같이 모여있으니 조화롭고 더욱 예뻐요."

 

 

"그치요? 일정한 붉은 벽돌이 아니라 하나하나 색이 다르니 참 아름답지요. 김석철 선생은 박물관을 벽돌로 지어야 겠다 생각하면서 공주 무령왕릉 내부에 사용된 벽돌 쌓기에서 아이디어를 많이 빌려 왔다고 해요."

 

 

"오...! 그래서 무덤처럼 포근한건가요??"

 

 

"으이구.ㅎㅎㅎ 허허허"

 

 

【온양민속박물관 내부 전경】

 

 

 

 

"할아버지~~~빨리 들어오세요. 이제 벽돌 그만 보고 전시 볼래요!"

 

 

"그래그래. 그러자구나~!"

 

 

 

"할아버지! 그런데요, 아까 올라가는 길도 건축가가 다 의도한 거라고 했잖아요. 그럼 제가 이렇게 전시실을 보러가는 이 발걸음도 건축의 설계에 따라 움직이는 거에요???"

 

 

"그럴 수 있지? 그런데 이건 전시를 기획하는 학예사의 의지가 많이 반영이 되어있는거지요!

 

'관람객들이 박물관에 들어와서 1전시실을 보고, 그 다음에 2전시실을 보고, 다음에 자연스럽게 3전시실을 봤으면 참 좋겠습니다.' 라는 학예사의 바람이 담겨있지요."

 

 

"무서워요. 조종당하고 있는 기분이에요."

 

 

"허허허. 이런걸 '전시동선' 이라고 해요.

관람객이 어떻게 하면 편안하고 유익하게 전시를 볼 수 있을까 고민한 결과물이지요. 온양민속박물관은 1전시실부터 3전시실까지 이 흐름이 자연스럽게 연결되어 있어요. 때로는 지루하지 않게 계단도 있고, 언덕길도 나타나지요. 허허허."

 

 

 

【온양민속박물관 신축공사 1층 설계도, 아키반(김석철 건축연구소), 1977】

 

 

 

【온양민속박물관 신축공사 1층 설계도-제1전시실】

전시기획서를 확정 후 박물관 설계에 들어갔다. 다시 말하면 전시실에 전시 될 유물의 목록과 순서가 확정 된 후 건축 설계가 이루어 졌기에 유물에 맞는 전시 공간을 설계할 수 있었다.  

 

 

 

"우리 강아지, 이런 전시동선 놀음에 놀아나기 싫으면 저 계단으로 뛰쳐올라가서 3전시실부터 보고 내려와도 좋아요. 대신 전시를 보는 순서가 매끄럽지는 않을거에요. 허허허."

 

 

 

"할아버지는 허허허 하시면서 매일 뼈있는 소리만 하셔요. ㅜㅜ 저 그냥 할아버지랑 1전시실 부터 볼래요."

 

 

 

"허허허 그러자구나~~~1전시실 처음부터 나오는 유물 이야기는 다음에 들려줄게요~~"

 

 

 

"네~~~!! 할아버지 짱!!"

 

 

 

 

 

※건축 설계에 대한 내용은 김석철 건축가와 함께 온양민속박물관 건축 설계를 같이 진행하였던 이상해 건축가의 인터뷰를 참고하여 작성하였습니다.

반응형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