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선 글에서 나는 작금 논란이 되는 사도광산 위치를 주목할 것을 요구했거니와, 동아시아 맥락에서 보면 저 사도광산은 중국 대륙과는 한반도라는 장벽을 치고서 상당한 거리에 위치함을 본다. 일본 열도, 특히 혼슈 기준으로는 동해상이 되지만, 한반도에서도 상당한 거리를 유지하며, 거대한 동해가 가로 놓였다.
이 점이 군함도와는 결정적으로 갈라지는 대목이다. 제국주의 시대, 특히 만주사변이니 태평양전쟁이니 하는 전쟁의 소용돌이에 동아시아 세계가 휘말릴 적에 일본 열도와 그 부속섬 등지에 분포한 군수공장으로는 부족한 노동력 징발을 위해 마침내 값싼 식민지 조선인들을 동원한 것은 물론, 일본 정부와 군수공장들은 그보다 훨씬 더 싸고, 어쩌면 공짜에 가까운 중국 노동자들은 중국 대륙에서 저인망어선으로 물고기떼 잡듯이 마구잡이로 끌어와서 강제노동에 혹사케 했다.
또 하나 우리가 잊은 점이 있다. 저들은 일본 내지에서도 일본인 또한 막대한 노동력을 징발했다는 사실이다. 강제노동 혹은 전쟁중 노동력 강제징발이라는 데서는 일본 내지인이고 조선인이고 중국인이고 무차별로 자행됐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
이는 우리가 저번 군함도도 그렇고 이번 사도광산 사태에서도 반인권이라는 관점에서 본다면 그 피해자는 비단 조선인 노동자에만 국한하는 것이 아니라 그 현장에 징발되어 가혹한 노동조건에 혹사당하고, 덧붙여 그에 따른 그 어떤 합당한 댓가로 받지 못한 일체 행위에 해당한다는 사실을 망각해서는 안 된다.
지금 논점이 되는 식민지시대, 특히 태평양전쟁기에 국한해 이 금광 은광 채굴현장에서 그런 노동현장에 혹사된 노동자 중에 중국인은 없다는 점이 나로서는 기이하기만 하다. 어째서 일본 정부와 미쓰미시는 중국인 노동자는 저쪽으로 징발하지 않았는지 그 의문을 풀지는 못했다. 아무튼 저 현장에는 중국인 노동자는 없었다!
이 점이 2015년 군함도 사태와 지금의 사도광산 사태가 결정적으로 갈라지는 대목 중 하나다. 그런 점에서 큰 틀에서 사도광산이 군함도의 데자뷰이기는 하지만 아니기도 하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
중국인 노동자가 없다는 사실은 현재를 구속한다. 간단히 말해 이번 사태에서 우리가 지금의 중국 정부에 대해 기대할 것이 생각보다는 없다. 자기네 노동자들이 징발되지도 않은 현장에 대해 중국이 요즘 제아무리 일본이랑 사이가 안 좋다 해서 뭐가 아쉬워 한국 편이 되어, 혹은 한국과 작당이 되어 너희들 그거 세계유산 만들면 안 된다 큰소리 내겠는가?
반면 2015년 군함도는 이와는 딴판이라, 당시 한국과 일본은 모두 세계유산위원회 21개 위원국인 반면, 중국은 아니라서 본회의에서는 이렇다 할 발언 기회도 얻지 못하고 장외에서 분통을 터뜨리며, 나아가 그것이 등재되는 순간에는 눈물을 흘리며 각국 대표단에 그 부당성을 호소하는 성명을 돌리기는 했으니, 이는 군함도가 우리한테는 비극의 현장이면서 강제동원 피해의 현장이기는 했지만, 그에 혹사당한 중국인의 그것은 조선인보다 훨씬 더 극심한 까닭이었다.
군함도 현장에 간 조선인 노동자들은 그나마 2등이기는 했지만 대일본제국 신민으로서 그 신민 대접은 받기나 했지, 중국 노동자는 그와는 전연 달라 농사 짓다가 트럭에 실려 개끌리듯 끌려와서는 더 혹독한 환경에 혹사당했으니, 사망률도 조선인의 그것보다 훨씬 높아 걸핏하면 시체가 되어 거적데기에 실려나갔다.
그런 역사를 알기에 중국은 군함도 등재 추진 당시에는 그것과 보조를 맞춘 한국에는 적지 않은 우군이 되었던 것이 사실이다. 저들이 우리랑 보조를 같이해준다는 그것만으로도 한국은 막강한 우군을 얻은 셈이었다.
하지만 이번 사도광산에 중국은 없다. 가뜩이나 중일 관계만큼이나 한중 관계도 냉랭하기는 하지만, 그래도 노골적인 친중 노선을 견지하는 현 문재인 정부로서는 중국 쪽 응원을 기대할 수도 있겠지만, 지들과는 관계없는 그것을 얼마나 강하게 우리 편이 되어 응원해주겠는가?
사도광산엔 중국은 없다!
다음 호에서는 강제동원과 관련해 그것을 통해 일본의 과거사 청산과 반성을 요구하는 주된 바탕을 이루는 국내 역사학 관련 연구가 안은 함정 혹은 결함들을 논의해 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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