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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한테 혹 1년이라는 자유시간이 주어진다면 딴 데 말고 딱 그 기간 더블린과 슬라이고, 그리고 런던을 오가며 이 친구 궤적은 쏵 밟고 싶다.
박지향 선생이 자못 비장한 어조로 《슬픈 아일랜드》인가 하는 책을 낸 적이 있는데 그걸 읽다 말고 던졌으니 그 이유는 간단해서 이곳저곳 예이츠를 필두로 하는 이른바 문학도들을 논급했지만 아! 역사학도라 문학을 모른다는 느낌을 받은 까닭이라 아일랜드 역사는 역사학도가 아닌 문학도가 쓰야 한다는 자만 비슷한 감정이 있었다고 밝혀둔다.
걸핏하면 예이츠를 팔아먹지만 나한테 각인한 예이츠는 그 아득한 학창 시절 아주 잠깐 접한 시 몇편에 지나지 않았으며, 그러기에 아는 것이라곤 좆도 없으며
그래도 내가 저 이름을 걸핏하면 팔아먹는 까닭은 가난을 핑계로 접은 그 시절 애환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라는 나로선 비참한 고백을 누군가한테 한 적이 있다.
이 나이에, 체력이 이미 바닥난 마당에 설혹 꿈 같은 그 일년이 주어진다한들 진짜로 저에 미쳐 정신사납게 저걸 파겠는가?
보나마나 저걸 핑계로 이곳저곳 싸질러다니며 사진 공해 일으키며 나 이런 데 놀러왔노라 대성방곡밖에 더 하겠는가?
그래서 더 아련한지도 모르겠지만 말이다.
그건 그렇고, 퇴직하면 같이 저런 데 맘껏 놀러댕기자 하면서 가야 할 곳 먹어야 할 음식 묵어야 할 숙소를 정하며 키득키득하는 공수호 이노무 자슥은 요샌 코빼기도 안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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