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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SAYS & MISCELLANIES

삽교호로 떠난 탐조探鳥 맛뵈기

by 세상의 모든 역사 2022. 2.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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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odyssey에서 DiscoverKorea라는 한반도 자연 생태 문화재 코너를 마련하고 내심으로는 이쪽을 K-pop 중심 한류와 더불어 새로운 한류상품으로 만들고자 하는 생각으로 혹 내가 그 콘텐츠 생산에 직접 도움이 될 만한 것이 없을까 하고

나아가 우리 공장 유형재 선배가 새를 중심으로 하는 생태 사진 전문가로 일가를 이룬 데서, 그 언저리에 걸쳐 그쪽도 조금은 배워두면 좋겠다 싶어 겨울 철새 구경 좀 할까 싶어 전날 당진시청 학예연구사 고대영 군 추천을 받으니 삽교호가 철새 도래지라 해서 주말을 맞아 사진기 울러매고는 현장을 찾아나섰더랬다.


마침 천안아산 쪽에서는 한 시간 자동차로 이내 거리라 하므로, 그쪽에 암약하는 여송은씨한테 도움을 요청하니 선약까지 다른 날로 옮기며 동행하기로 했으니, 오늘 오죽이나 추웠는가?

수은주가 몇도까지 떨어졌는지 모르겠지만 바닷바람까지 덮친 삽교호는 더럽게 더 추웠다.

기온까지 뚝 떨어져 육지에서 가까운 쪽으로는 얼어붙은 데가 많았으니, 이런 날 새가 있을까 했지만, 현장에 다가갈수록 이쪽 저쪽으로 새떼가 나타나고, 어느 다리 호수변을 보니 새들이 뭉태기로 퍼질러서 있는 모습이 눈에 띄더라.

새는 그만큼 다종다양했고, 무엇보다 그 인근 빈 논 군데군데 무수한 새가 떼를 지어 옹기종기한 모습을 연출했으니, 평소 같으면 으레 그래 백숙 재료가 그득하군 하고는 스치고 말았을 모습이 오늘은 새삼스럽게 다가오기도 했다.


내가 사진에 미쳐 산 지는 꽤 되지만 새 사진을 제대로 찍어 본 적도 없고, 찍을 생각도 없었으며, 무엇보다 내가 관심을 둔 데는 문화재 중심 정밀 계통이니, 사람이 조금만 다가가도 너 잘 있으라 하며 훌훌 날아가버리는 새떼는 나로서는 생면부지인 데다

덧붙여 장비빨도 문제라, 대포렌즈가 필요하지만 나는 그런 장비가 없었으니, 그나마 400미리 렌즈로 어케든 해볼끼라 해서 주섬주섬 나섰던 것인데, 역시 현장에서 이 장비 문제는 심각했다.

그래 솔까 정물이건 동물이건, 사진이라는 본질이 바뀌겠는가? 내가 제아무리 이쪽 계통 경험이 없다 해서 이런 데 적응하는 데 무슨 서너 시간이 필요하겠는가? 금방 배운다.

하지만 금방 배운들 장비 문제를 내가 어찌하겠는가? 내가 원하는 장면을 담고자 해도 장비가 받쳐주지 않는데 내가 제아무리 버둥쳐봐야 할 수 있는 일이 없다.


앞선 글에서 여송은씨가 내 말을 빌려 새 사진은 인내 경험 장비빨 세 가지가 필요하다 했지만, 그만큼 중요한 한 가지가 전문성이라, 설혹 새들을 찍어본들 그 새가 닭인지 비둘긴지도 구분 못한다면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이짝도 문화재나 마찬가지로 공부가 필요한 것이며, 그런 공부에서 유래하는 전문성은 하루아침에 이뤄질 수 있는 것이 아님은 말할 나위가 없겠다.

내가 갔다는 말을 듣고는 유형재 선배가 내심 걱정한다. 새는 마약과 같아 한 번 빠지면 헤어나기 힘들다는 말이라, 그 말을 새기되 내가 그럴 일은 없을 것이다.

내가 시도해 보지 않은 사진 쪽 일이 한두 가지겠냐만, 나는 밤하늘 별자리 운동을 촬영한 적이 없다. 수중촬영도 해 본 적 없다. 이런 분야도 아마 내 체력이 허락하는 한 언젠가는 한번쯤을 시도해 보지 않을까 싶다.

죽을 때까지 배워야 한다지 않는가? 오늘 한 가지 배움 문턱에 겨우 사타구니 한번 걸쳐봤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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