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漢詩 & 漢文&漢文法

거울속 중늙은이

by 세상의 모든 역사 2018. 10.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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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울을 봤다. 영락없는 중늙은이다. 백발은 성성하고 표정은 우거지상이다. 웃는 적이나 있었던가? 뭘 그래? 가끔은 웃기도 해. 그래? 허탈해서 나오는 표정 아닌가? 요새 젊은 애들은 그걸 썩소라 하더라만? 




태백太白 이택李白(701~762)이 아마도 50대였겠지? 한때나마 황제와 국가를 위해 이 한 몸 기꺼이 몸사르겠다고 했다가, 그런 기회를 용케 잡기는 했지만, 막상 하는 일이라곤 황제를 위한 개그맨이라, 이 짓 못 해먹겠다고 때려 치고 나왔더랬지? 그렇게 실업자 백수로 전전한지 10여 년, 어쩌다 강남 추포秋浦라는 곳으로 흘러간 모양인데, 그참 이름 요상타. 춘포春浦도 아니요 가을이라니? 실의한 사람한테 그 어떤 가을도 조락일 뿐. 마침내 이 중늙은이 울분을 시로써 쏟아내니 이름하기를 추포가秋浦歌라 했더랬다. 15수가 남은 개중 한 수에서 이렇게 말하고는 껄껄 웃는다.   


흰머리가 3000미터 

근심에 이토록 자랐네 

모르겠다 거울속 저이 

어디서 가을서리 맞았는지


白髮三千丈

縁愁似箇長

不知明鏡裏

何處得秋霜


그러고 보면, 태백 시대에는 거울 보며 한탄하는 중늙은이가 즐비했나 본데, 그와 동시대를 살다간 장구령張九齡(678~740) 역시 저와 비슷하게 읊조렸으니, '거울 비춰 보니 백발이 보이네[照鏡見白髪]'라는 제목이 붙었으니  


지난날엔 청운의 꿈 품었다가

지금은 헛되이 노년 보내네 

뉘 알았으랴, 저 거울 속에서

몰골과 그림자 서로 가련히 여길 줄


宿昔青雲志

蹉タ白髪年

誰知明鏡裏

形影自相憐


뭐 이런 식으로 거울에 비친 자신을 반추하는 인간이 그득그득이라, 비슷한 시대 설직薛稷(649~713) 역시 청승을 떨었다. 


가을아침 거울을 보고[秋朝覽鏡] 


떨어지는 잎새에도 나그네는 놀라

밤중에 앉은 채 가을바람 듣노라  

아침되어 얼굴에서 살쩍머리 보니

이 생애 저 거울 속에 있구나 


客心驚落木 

夜坐聽秋風 

朝日看容髮 

生涯在鏡中 


이상 세 시는 근자 김풍기 교수 역저 《오언당음五言唐音》(교육서가, 2018)에서 추려 뽑고, 내가 살쩍을 조금 보탠다.  덧붙이건대 아무리 바쁜 세상이라도 이런 한시집 하나는 갖추는 게 여러 모로 도움은 될 터이니 책 좀 사주라 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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