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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SAYS & MISCELLANIES

지방학예사들의 백태(2) 수달님 드실 물고기 잡아야

by 세상의 모든 역사 2020. 7.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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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직 기자 정재숙이 문화재청장으로 직행한 직후다. 한국고고학회라는 데서 그가 문화재 전문가가 아니라는 점을 문제삼으면서, 그 임명을 반대한다는 성명을 준비한 적이 있다. 그 성명은 내가 초안 단계에서 저네들 회원끼리 돌린 것을 본 적이 있는데, 첫째 누가 썼는지 문장은 조리가 전연 없고, 둘째 그 논리가 대체 무엇인지 종잡을 수가 없었으니, 아무튼 그 성명이 주창한 요지는 정재숙이 문화재 전문가는 아닌 까닭에 문화재청장에는 적격이 아니라는 요지였다.  

 

 

수원 황구지천에 나타난 천연기념물 수달. 이젠 환경유해종에 가깝다. 

 

 

기자가 공직으로 바로 진출하는 데 대한 반감이 없지 않고, 그런 까닭에 그 자체에 대한 문제 제기를 나는 어느 정도 일리가 있을 수 있다고 본다. 그런 점에서 그의 공직 곧바로 진출을 비판하는 견해 자체는 존중하고 싶다. 

 

정재숙은 언론계에서는 이른바 문화전문 기자로 통했는데, 이것도 실은 좀 웃기는 평이다. 문화? 내가 명색이 그 한쪽 언저리에 걸쳐 대략 20년을 넘게 보냈지만, 나는 내가 문화전문가라 생각해 본 적은 단 한 번도 없다. 그것은 무엇보다 그만큼 그 문화라는 범위가 폭넓기 때문이다.

 

언론계 선배인 정재숙이 특정한 분야 언저리만 맴돈 나에 견주어서는 그 커버한 범위가 넓어서 나보다는 훨씬 문화전문 기자일 수는 있다. 다만, 그렇다고 해서 그를 문화전문가라 볼 수는 없다. 그만큼 정재숙한테도 문화는 넓기 때문이다. 

 

 

경남도청 연못에도 출현한 수달. 어족을 작살낸다. 

 

 

한데 그런 문화 저층을 형성하는 무수한 스펙트럼 중 하나인 문화재 정책을 총괄하는 정부부처 문화재청 수장에 임명되자, 저들이 문화재 전문가가 아니라는 이유를 들어 반대 움직임을 주도했다. 결국 이 성명은 용도폐기되었거니와, 무엇보다 고고학회 내부에서도 반발이 적지 아니했기 때문으로 안다. 

 

내가 그 성명 초안을 보고는 핏대가 머리끝까지 솟았으니, 그네들이 말하는 문화재 전문가라는 괴물이 도대체 무엇을 말해주는지 알 수도 없었고, 납득도 할 수 없었던 까닭이다. 그에 대해서는 내가 그 무렵 쓴 반론이 적지 않거니와, 저런 반론이 지닌 결정적인 하자는 저들이 고고학 전공자 = 문화재 전문가 로 착각한다는 그 뇌리 구조였다. 

 

저들은 고고학에 종사하면 그것이 곧 문화재 전문가임을 보증하는 수표로 안다. 이것처럼 웃기는 거지 발싸개가 없다. 정재숙이 문화재 전문가가 아닌 까닭에 문화재청장에 어울리지 않는다는 말은 곧 저네들은 문화재 전문가라는 전제를 깔고 있음은 말할 나위가 없다. 

 

 

인공부화해서 자연에 방사한 천연기념물 따오기. 이거 출현하는 지역 학예사는 업무가 또 늘어난다.  

 

 

고고학을 한다는 것과 문화재 전문가라는 말은 전연 다른 말이다. 고고학을 하는 행위가 문화재라는 저층을 형성하는 무수한 스펙트럼 중 하나일 수는 있지만, 문화재청장이 커버하는 무수한 문화재의 지극한 한 부문에 지나지 않는다. 

 

아무튼 문화재청장이, 더욱 정확히는 지금의 문화재청이 수행하는 일 총합을 문화재 영역으로 대략 간주할 수 있거니와, 실은 그에 가장 적격인 직군이 있으니 다름 아닌 지방자지단체 학예직들이다. 그들이야말로 현재의 문화재청이 수행하는 모든 문화재정책을 최일선에서, 그것도 매일매일 사투를 벌이다시피 부대끼는 까닭이다. 

 

그러므로 저 한국고고학회가 말하는 문화재전문가에 가장 어울리는 사람들은 지자체 학예사들이다. 그런 지자체 학예사들이 들고 나서 정재숙이 문화재전문가가 아니니 임명을 재고해 달라면 나는 쌍수 들고 그들을 존중했을 것이다. 하지만, 그 무수한 문화재 스펙트럼 중 한 줌 재에 지나지 않는 고고학 언저리에 긁적거리는 자들이 무슨 문화재 전문가를 운운한단 말인가? 지자체 학예사들 보기에 부끄럽지도 않은가?

 

 

순천만 저어새. 순천시 학예사는 저어새 업무를 한다. 

 

 

그렇다면 지자체 학예사들은 어떤 일을 하기에 저들을 문화재전문가라 하는가? 내년 퇴임을 앞둔 원주시청 원주역사박물관장 박종수 말이 정곡을 찔렀다고 보는데, 그가 항용 이르기를 "지자체 학예사는 그 지역 문화재청장이다"고 한다. 저 말은 언뜻 보는 것과는 달리 자부심보다는 비애가 묻어있다고 나는 본다.

 

애초 문화재전문가라는 말 역시 문화전문가라는 말이 그런 것처럼 그 성립 자체가 어불성설이다. 그만큼 무수한 층위로 구성되는 까닭이며, 그것을 특정한 한 사람이 커버한다는 것은 불가능한 까닭이다. 그 많은 문화재 업무를 지자체 학예사들은 거의 혼자서 짊어지고 살아간다. 그런 까닭에 지자체 학예직들은 그 지역 문화재청장이라 한다.

그들은 혼차서 감당할 수 없는 영역들을 커버한다. 고고학 한다는 친구들아. 너희가 고고학을 한다 할지언정 어디 시건방지게 너희가 문화재를 한다고 하는가? 너희가 문화재 전문가라고? 부끄럽지도 않냐? 

 

나는 저들이 몰라서 문화재전문가 운운했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그리 강짜를 부려놓고 협박을 해놔야 나중에 뭔가 더 얻을 것이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라고 본다. 

 

 

태안 신두리사구에 쇠똥구리 복원을 위해 한우를 푼 모양인데, 이 사구 말이다 천연기념물이다. 

 

 

암튼 이제 진짜로 문화재전문가 영역에 속한 지자체 학예사들이 일선에서 매일매일 어떤 일에 부대끼는지 그 일화들을 내가 수집해 그 일단을 앞선 글에서 정리했거니와, 그에 다시 수합되고 증보된 일화 중에서 천연기념물과 관련한 것들만 소개한다. 지자체 일선 학예사들 증언을 보면 유독 이 천연기념물과 관련해 이른바 웃픈 이야기가 넘쳐나거니와, 천연기념물 때문에 돌아버리는 일이 빈발하는 까닭이다.    

 

용인시청 학예사 이서현...얼마전엔 청둥오리 천연기념물 아니냐고 전화왔어요. 엄마 청둥오리가 고양이에게 물려갔는지 안보인다며, 아기 청둥오리 세 마리만 남았는데 넘 불쌍하다고, 데려가서 키워달라고요ㅋ 천연기념물은 (같은 시청 부서들 중에서도) 야생동물 부서에서 죽어도 안받겠대요. 천연기념물의 정체성은 뭔지.. 문화재? 야생동물?

 

당진시청 학예사 고대영...따오기라 해서 새벽에 갔더니 저어새였구 ㅎ

 

이서현...요즘 용인 지역 소하천 물이 맑아져서 수달이 돌아왔다는 기사가 나오더라구요. 이제 수달 구조 전화도 오겠구나..하는 생각이 제일 먼저 들던대요 ㅋ 용인은 그동안 수달이 없었거든요.  

 

천안시청 학예사 김은정...수달이 시내 하천에 있는데 배고플 거 같으니 조치를 취하라고.. 쟤네 잘 살게 도와주라고...수달이 양어장에 침입했는데 피해 보상하라고...수달 천연기념물 맞나 싶을 정도로 매우 자주 출현하심!! 조만간 수달님께 드릴 물고기 잡으러 다녀야할지두...ㅋㅋ 저수지에 노랑부리백로가 오니깐 나와서 지키라고도 이씀다!!  진짜 천연기념물 쫌 고민해야해여..ㅋ 어쨋든 천연기념물은 좀 진지하게 고민해야해여!! 아님 사학과 과정에 천연기념물 과목을 가르치든지..

 

 

한데 저와 같은 일들을 최일선에서 하는 지자체 학예사 대부분이 계약직이라는 사실을 아는가? 

 

한국고고학회한테 요구한다. 문화재청더러 뭘 해달라 하기 전에 지자체에 고용된 학예직들 정규직 전환해 달라고 성명 내라!!! 

 

 

 

 

학예사들의 백태百態

2018년 9월 10일 17시 58분. 공식 퇴근 개시 정확히 2분 전 ○○시청 학예사 ○○○한테 전화가 걸려온다. 천연기념물로 보이는 새가 한 마리 낙오했으니, 와 보란다. ○○시청 공무원 중에 천연기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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