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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SAYS & MISCELLANIES

지자체 학예직은 지역토호?

by taeshik.kim 2018. 9.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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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량화할 수는 없다. 문화재청에서 그들을 바라보는 시선이 하나일 수도 없고, 그 시선 역시 양극점을 형성하기도 하며, 그 어중간에 무수한 다른 시선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지금은 그런 다양한 시선 중 의외로 이 시선이 중앙과 지방을 극단으로 가르는 가장 격렬한 원인이 되는 그것을 골라서 간단히 언급하고자 한다. 그것은 무엇인가?


지자체 학예직 사람들은 지역 토호와 결합하거나 그네들 자신이 지역 토호라는 불신지옥이 그것이다. 


작금 문화재청과 지자체 학예직간 시선을 적나라히 보여주는 문구는 이 '불신지옥'이다.


상론한다. 문화재청에서 바라보는 지자체 학예직은 대체로 지역 논리 혹은 지역 이익에 매몰되어, 문화재는 안중에도 없고 오로지 지역 이익을 대변하며, 특히 그 고용주에 해당하는 지자체장이라든가 지역 실력자 혹은 유지와 한통속이 되어 각종 전횡을 저지른다는 것이다. 그리하여 이들은 자신이 지역토호가 되거나 그들의 앞잽이나 다름 없다고 한다.


단도직입으로 말하지만, 지자체 학예사를 두고 이리 말하는 문화재청 사람이 있다. 내가 직접 들었다. 그리고 이런 시선이 의외로 적지는 않아, 바로 이것이 중앙의 지방에 대한 극단적 불신을 낳는 거대한 뿌리가 된다. 


그런 사람이 실제 있을 수 있다. 오늘 현재 지자체 학예직이 전국에 걸쳐 200명이 약간 넘는다는데, 이 200명 중에 그리 분류되는 사람이 왜 없겠는가? 이런 놈 저런 사람 다 있기 마련이다. 하지만 그런 사람, 다시 말해 지역토호화해서 지역 이익만 대변하고 문화재는 안중에도 없는 것으로 치부된 사람이 있다 해서, 나아가 그런 사람이 꽤 된다 해서, 그것이 지역에 대한 중앙의 일방적 통제, 혹은 중앙에 의한 지방 소재 문화재의 직접 관리를 관철하는 논리로 작동할 수는 없다.


지금 지자체마다 아우성이다. 국가지정 문화재 관리는 아예 중앙으로 가져가라 난리다. 실제로 몇 군데는 가져왔다. 어이없는 방화에 불타 내린 숭례문이 그리해서 서울 중구청에서 넘어왔고, 옆동네에서 벌어진 이 일을 본 종로구청은 동대문도 가져가라, 문묘도 중앙정부가 가져가라 한다. 이리 해서는 결코 문화재를 보호하지 못한다. 


더위에 탈진했다가 구조된 천연기념물 황조롱이.



왜 이런 일이 빚어지는가? 한가롭게 문화재 관리에 투입할 재원이 없다는 열악한 지방 재정도 원인일 수 있고, 여타 다른 원인도 있겠지만, 중앙정부 일원인 문화재청이 그 중앙정부 전체, 더욱 구체로는 조직을 장악한 행자부라든가 돈줄을 쥔 기재부 같은 데를 향해 맨날 쏟아내는 그 논리, 다시 말해 총만 주고 총알은 주지 않는다는 그 논리가 이에서도 그대로 작동함을 본다. 


이에 의해, 문화재청은 지자체 학예직들로 하여금 그들이 제 목소리를 내면서 자기 일을 하도록 여건과 지원은 전연 해주지 않으면서, 그들에 대한 일방적 헌신을 강요하는 구조가 계속 관철되고 있다는 것이다.


내가 지켜보는 지방 학예직들은 다행히도 저에 해당하는 사람은 없다. 내가 그런 사람만 골라 만나기 때문인지, 아니면 그런 사람만 우연히 눈에 띄어서인지는 자신이 없다. 다만 그렇다고 해서 내가 지켜보는 그들을 통해 지방 학예직 전부를 일반화하고 싶은 생각은 없다. 다시 말하지만 이런 놈이 있는가 하면 저런 학예직도 있기 때문이다. 


이들이 수행하는 일을 보니 그야마로 초인이다. 뭐, 솔까 초인이라기보다는 실은 잡역부다. 미안하다 잡역부라 해서. 하지만 이보다 더 적절한 말을 찾아내기 힘들다는 점을 감안해 주기 바란다. 


문화재청이 어떤 일들을 하는지 궁금해 하는 사람들이 좀 있는데, 이들 지자체 학예직이 수행하는 일을 보면 된다. 이들이 수행하는 일 전부가 문화재청에서 하는 일이라고 보면 대과가 없다. 그래서 이들 학예직은 언제나 말한다. 지역에서는 내가 바로 문화재청장이라고 말이다. 이 말처럼 지자체 학예직을 적절히 대변하는 것은 없다고 본다. 그래, 그들은 지역 문화재 사령관이다. 


이와 유사한 문제의식을 담은 내 어떤 글(페이스북 포스팅을 말한다)에 달린 댓글을 보면 이들 지자체 학예사가 하는 잡역 중 하나가 죽은 새 줍기가 있음을 본다. 계절별로는 겨울에 새가 많이 죽는 편인데, 그렇게 죽은 새가 천연기념물 혹은 그것으로 의심되는 신고가 들어오면 학예사들이 달려나가는 모양이다. 천연기념물이 문화재이기 때문이다. 죽은 새 문제는 언제나 지자체에서는 학예직과 환경 관련 부서에서 영역을 두고 싸우는 모양이다. 


이런 신고를 받고 달려나갔더니 천연기념물이 아닌 기러기라서 허탈했다는 웃지 못할 포스팅도 있다. 이게 실제 지역에서 벌어지는 일이다. 믿기는가? 21세기 백주대낮에 죽은 새를 두고 관할권을 다투는 이런 현상이?


내가 요즘 고고학계를 향한 비판을 다시금 쏟아냈거니와, 내 요점이 이거다. 고고학계는 당연히 고고학 관련 업무, 특히 개중에서도 발굴이 문화재 비중이 크다 하겠지만, 그래서 그네들이 하는 일이 곧 문화재를 한다고 하겠지만, 천만의 말씀 만만의 콩깍지다. 이들 학예사가 수행하는 일 봐라. 이걸 보면 다시금 문화재 중에서 고고학 혹은 발굴은 정말로 일부분에 지나지 않는다는 사실이 극명하게 드러난다.


문화재는 죽은 새 줍기를 포함한 이런 일들의 거대한 집합명사다. 고고학이 그 일부에 지나지 않는다. 따라서 유독 고고학만 나서서, 그런 우리가 문화재 전문가니 하고 나서는 꼴, 솔직히 구토난다. 저들 학예사를 앞에 두고도 고고학이 문화재 전문가라고 하겠는가 말이다. 그들 중에 개차반이 있다 해서 그들을 향해 중앙이 일방으로 통제해야 한다거나, 중앙의 수하에 두어야 한다는 발상은 성립할 수 없다고 나는 본다.


솔까 같은 논리로 지방을 향한 저런 토호 혹은 토호성 세력이 문화재청이라고 없는가? 사람 사는 세상이다. 이런 놈이 있으면 저런 사람도 있기 마련이거니와, 문화재청에 일부 삐딱한 사람, 혹은 부정직이 의심되는 사람이 있다 해서 그 조직 전부가 삐딱하다거나 부패했다는 논리가 성립할 수 없음과 같다. 내 보기엔 이런 삐딱이 혹은 부정직한 사람이 문화재청에도 있다.


지자체 학예직들은 부패한 토호라 해서 그들을 믿을 수 없으므로, 그들을 중앙정부에서 강력히 통제해야 한다는 발상은 조선인은 스스로 국가를 경영할 능력이 없으므로, 대일본제국 식민지로 계속 두어야 한다는 그 발상과 무엇이 다른가? 그리스는 엘긴 마블을 수용 전시할 여건을 갖추지 못했으므로 그걸 돌려주어서는 안된다는 영국정부의 제국주의 논리와 무엇이 다른가? 


같이 가야 한다. 문화재 관리 역시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가 어깨 나란히 하고 같이 가야 한다. 문화재청에서는 지방정부 통제가 불가능하다고 할지 모르나, 누가 봐도 갑을 관계로 보면 여전히 문화재청이 전자임을 말할 나위가 없다. 


*** 그제 이와 같은 내 페이스북 포스팅에 어느 지자체 학예연구사가 이런 댓글을 달았다. 음미할 만 하다. 


옛날에 별정직 아제들 중에 그런 분 많았습니다. 문화재는 안중에도 없고 문화재보호법이 악법이라고 당당하게 주장했죠. 문화재청에서 그들이 누군지 구분 못하죠ㅋ 그 인식이 그대로 남아 있는 거라고 사료됩니다. 


또 다음과 같은 반응도 있었다. 


토호 같은 지방 문화재 담당보다 예산분배를 권력으로 생각하고 생생내는 청 담당자가 더 많아요. 그러니 국가 문화재는 청에서 직접 관리하라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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