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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재와 함께한 나날들

지진으로 초상 칠 뻔한 국립경주박물관

by 세상의 모든 역사 2019. 10.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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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October 11, 2016 at 10:32 PM라는 작성 시점을 염두에 둬야 한다. 참고로 이 글을 쓴 시점에 나는 해직상태였다. 이에서 다룬 경주박물관 지진대비는 얼마 뒤 모 일간지에 대서특필되었다. 



지진에 난장판 변한 경주 한옥



"이번 지진에 첨성대가 화제에 올랐지만 그 카메라 자칫하면 경주박물관 차지가 될 뻔했습니다." 


오늘 박물관서 만난 김유식 학예실장 말이다. 하긴 이번 강진에 나는 박물관 진열실은 별로 눈길을 주지 않았는데 자칫하면 초상집 될 뻔한 건 엄연한 사실이다. (*** 당시 경주 강진 크기를 보여주는 실증자료로, 첨성대에 설치한 CCTV가 있었다. 강진 발생 순간을 담은 이 CCTV를 보면 카메라, 혹은 첨성대가 심하게 흔들렸다. 김 실장 언급은 이를 염두에 둔 말이다.)   


상설 특별전시실 본 적 있는가? 이번 지진에 대비하지 않았으면 그 절반은 날아갈 뻔했다. 


불교조각실 그 큰 청동 불상 엎어졌더라면? 지금 전시중인 아프간 황금전 출품 로만 글라스 자빠졌더라면? 황룡사 치미 널쪘다면?


모르긴 해도 그 절반은 엎어졌다고 봐도 된다. 전시실 유리창은 박살났을지도 모른다. 그도그럴 것이 이런 지진에 전연 대비를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김 실장에 의하면 한데 기적과도 같은 일이 있었다. 이번 강진이 오기 3주전인가? 나는 기억에 별로 없는데 울산 앞바다서 진도 5.0인가 지진이 있었다 한다. 그걸 보고 놀란 김실장은 학예실 인력 총동원령을 내렸다고 한다.



지진에 파손된 차량



"지진 대비 만전을 기해 모든 전시유물은 포박하라."


전시유리를 점검하고 붕괴 방지를 위한 보강 공사를 했으며 넘어지거나 떨어질 우려가 있는 전시품은 끈으로 맸다. 토기는 그 안에다가 모래주머니를 넣었다.


한데 정한 기한까지 이 명령을 이행하지 않은 직원이 있었던 모양이다. 김 실장은 내일 일제 점검한다고 경고했다고 한다. 이때문에 직원들은 밤을 새다시피 했다는 것이다.


"부처님껜 외람스럽지만 어쩔 수 없습니다. 꽁꽁 묶어드렸습니다. 포박한 모양이지만 지진에서 지키기 위해선 어쩔 수 없습니다."


강진 직후 첨성대 안전점검



그 효과는 톡톡히 봤다. 진도 5.8 지진이 왔어도 유물은 단 한 점도 손상되지 않았다. 현지에서 이번 지진을 겪은 사람들은 한결같이 5.8 지진은 공포였다고 몸서리를 쳤다. 지진이 이리도 무서운 줄 몰랐다고 했다. 5.1 지진에 놀라 학교 공설운동장으로 대피했다가 한시간만에 5.8 지진을 목도한 지인은 이렇게 말했다.


"경주서 태어나 지금까지 40년을 살면서 참말로 경주가 좋았습니다. 이젠 경주가 두려워요. 땅이 꿈틀거리고 그런 요란한 소릴 낼 줄 몰랐습니다." 



국립경주박물관 상설전시실 중 황룡사 코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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