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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재와 함께한 나날들, 기자? 기뤠기?

해직이 준 축복 《직설 무령왕릉》


애초 2001년 완성한 무령왕릉 발굴기 출판사 교정본이다. 가제는 《송산리의 밤》이었다. 





하지만 어찌된 셈인지, 내가 차일피일 밍기적 대다가 해를 넘겨 이듬해 출간하고자 했지만, 사산死産하고 말았다.



당시 나는 《풍납토성》(김영사, 2000)을 내고, 곧이어 《화랑세기 또 하나의 신라》(김영사, 2001)를 출간한 직후였다. 




서른 중반, 

참으로 혈기방장하던 시절이었다. 

원고 자판기에 가까워 내가 생각한 주제는 쑥쑥 원고를 떡가래 뽑듯 폭포수처럼 쏟아낸 시절이다. 



언제건 맘만 먹으면 내겠지 한 그 초고, 오랫동안 사장한 상태로 방치한 그 초고를 2015년 11월 무렵에 다시 꺼내들었다.  

불행 중 다행이라면, 교정지가 그때까지 내 서재 한쪽 귀퉁이에 쳐박혀 있었다는 사실이었다. 

그것을 찾아내서는 먼지를 털어내고 다시 교정하기 시작했다. 

본래 원고에서 3분지1가량을 덜어냈다. 이것이 고역이었다.  



그렇게 해서 마침내 그것을 손질해 《직설 무령왕릉》(메디치미디어)을 내니, 2016년 4월이었다. 나는 당시 해직 중이었다. 

따라서 이 책은 나한테는 해고가 준 축복이었다. 해직이 아니었던들, 여전히 원고는 잠을 자고 있었을 것이다. 


이 작업이 더욱 고역이었던 까닭은 이래 전개된 무령왕릉 변화양상을 거칠게나마 보강을 했어야 하고, 나아가 그새 내 생각 역시 바뀐 점이 많아 새로 쓰다시피 했기 때문이었다. 

차라리 잘 됐다 하겠지만, 다시 10년 20년이 지난 그때 내가 다시 이 책을 본다면 또 손대야 할 대목이 적지 않으리라, 책은 완성본이 아니요, 과정이다. 

꼭 내가 그랬기에 이런 말 하는 것은 아니나, 꼴랑 박사논문 하나 제출하고는 그걸로 수십년, 반세기를 울거쳐먹는 인간들은 대체 이해할 수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