훌륭한 글은 차기箚記에서 나온다
대개 논문으로 대표하는 전업적 학문종사자들은 명심 又 명심해야 할 점이다.
차기란 무엇인가?
메모다.
메모란 무엇을 위함인가?
발분發憤을 위함이다.
발분은 무엇을 위함인가?
기록하기 위함이다.
기록은 무엇을 위함인가?
이름을 남기고자 함이다.
이를 위해서는 독서나 사색에서 문득문득 얻은 바를 항시라도 즉각즉각 메모해야 한다.
그런 메모는 항용 분류를 해야 하며
분류는 항용 키워드를 동반해야 한다.
뛰어난 글, 뛰어난 논문이 별것이 아니다.
이런 발분하여 문득문득 얻은 바를 집렬集列한 그것에 다름 아니다. (2014. 7. 13)
***
지인 중에 가끔 날더러 묻는다.
넌 왜 그리 아는 게 많은가?
웃음이 나와? 나보다 똑똑한 놈 몇이 된다고? 학문을 넘나들잖아?
이쪽 업계에서 내가 모르는 바가 없자? 구석기 빼고는?
딴 거 없다. 저 차기다.
매양 문득문득 생각나거나 글을 읽으며 아 이거다 하는 것들을 메모하는 습관 딱 이거다.
무슨 거창한 발명이 있겠으며, 무슨 거창한 깨침이 있겠는가?
오직 메모가 있을 뿐이다.
그 메모는 언제나 꺼내기 편리해야 한다. 그래서 그 메모에는 내가 생각하는 키워드를 항상 붙여놔야 한다.
나아가 그런 메모는 내가 언제 어디서근 접근이 가능해야 한다. 요새야 이 기능이 얼마나 편해졌는가? 그 메모장이 곳곳에 있어 내가 필요할 때마다 시루떡 박힌 곶감 빼먹듯 할 뿐이다.
밑줄 또한 차기의 일종이다.
혹 내가 남들보다 조금 잘한다고 생각하는 것은 저 메모가 있을 뿐이다. 기타 우수마발은 없다.
발분이란 무엇인가? 나 아니면 이걸 쓸 수 없다는 깊은 빡침이다.
내가 이걸 쓰고 말리라는 충동이며, 유혹이며 자발이며 분출이다.
이 충동하는 자발성을 워즈워드 표현을 빌린다면 spontaneous overflow다.
한데 이것이 한국적 사정이 되면, 교유라는 이름으로 술 쳐먹고 삼겹살 구워 쳐드시고 흥청망청 같이해야 좋은 글이 나온다는 발상으로 발전한다.
쳐마신 술과 안주 삼은 삼겹살, 접대라는 이름의 골프에서 무슨 글이 나온단 말인가?
퍼질러 자빠자며 잔디밭 가서 잣치기 하는 데서 무슨 깨침 있는 글이 나오겠는가?
#spontaneousoverflow #충동 #분출 #차기 #메모 #발분 #밑줄 #좋은글 #깨침있는글 #빡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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