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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이팝이 참 좋다.
어릴 적엔 이팝을 만날 일이 없었으므로 좋아라 할 인연이 없었다.
그러다가 청계천이 복구되고 그 강변 가로수로 이팝을 심어 그것이 만발하기 시작하고부터 해마다 이맘쯤이면 청계천으로 이팝을 조우하러 나간다.
그제도 하릴없이 청계천으로 나섰다.
그 이틀전인가 나갔더니 막 피기 시작한 무렵이라 오늘은 만발했겠지 하며 나섰는데 기대를 져바리지 아니해서 은색 물결이 펼쳐졌다.
천지사방 쌀톨 잔치다.
넋놓고 바라본다.
이토록 흰색 단군 이래 있었던가?
그 흰 쌀밥들 뒤편으로 창공이 가그린 뿌린 듯 하다.
가는 봄 아쉽긴 하나
그래도 올 봄은 이만치 즐겼으니 기꺼이 놓아주곤
나 좋다 찾아온 이팝으로 여름을 전령한다.
가는 사람 잡지 아니하고
오는 사람 막지 아니하련다.
이번 여름은 작년만큼 고통스럽진 않을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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