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探古의 일필휘지

'좌우지장지지' 청남菁南 오제봉吳濟峯(1908-1991)의 글씨

by 세상의 모든 역사 2020. 12.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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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지노지장지당不知老之將至堂>

1. 좌우지장지지지를 떠올리면 옛날 사람.

2. "늙어감에 장차 이르는 줄 알지 못하는 집"이라! 어쩐지 신선이 살 것만 같은 이름이다. 왜 속담에도 있잖는가, 신선 놀음에 도끼자루 썩는 줄 모른다고. 언뜻 들어서는 도가풍이 물씬 풍긴다.

하지만 이 이름의 근원은 <논어>다. 유학의 성인 공자孔子의 언행을 모은 그 <논어> 말이다. 공자의 제자 중에 자로子路라고, 성격이 퍽 드센 분이 있었다. 근데 섭공葉公이란 사람이 자로에게 "공자란 어떤 분이오?"라고 물었던 모양. 자로는 대답을 하지 않았다. 그 이야기를 듣고 공자께서 가라사대,

"女奚不曰 其爲人也 發憤忘食 樂以忘憂 不知老之將至云爾"

"자네 왜 이렇게 말해주지 않았는가? '그 사람됨은 학문에 발분하면 밥 먹는 것을 잊고, 학문을 즐김에 시름을 잊으며, 늙어감에 장차 이르는 줄도 알지 못하시는 분이외다' 라고."

그러니 이 당호는 공부하는 사람을 위한 것일 게다.

3. 집 이름치고는 길지 않나 하지만, 생각보다 인기있는 당호였던듯 추사 김정희(1786-1856)가 쓴 현판 <부지노지장지당>이 현존한다.

이 글씨는 추사로부터 한참 뒤 인물인 청남菁南 오제봉吳濟峯(1908-1991)의 것이다. 청남은 경북 김천 출신으로 일찍이 출가해 승려생활을 하다 환속, 부산에 자리잡고 경남 일대에서 활동했던 걸출한 서가書家였다.

그 또한 추사를 깊이 존경했고 사숙私淑했다고 알려져 있는데, 이 현판글씨에도 툭툭 친 '不'의 획이나, '之'나 '堂'의 비백 같은 데서 추사 느낌이 진하게 우러난다.

도서圖署가 없는 걸 보면 잠깐 마실을 나왔다가 즉석에서 써준 것으로 보이는데, 어지간한 그의 다른 작품들보다도 솜씨가 낫다. 그에게 이런 정도의 작품이 더 많았다면...

4. 아쉽다면 '將'이다. 획의 휘어짐이 좀 어색하다. 그래도 사람이 쓴 것 같은 인간미가 있어 좋다.

5. 이걸 보여주신 분 말이, 이 작품을 사겠다고 하자 장사꾼이 놀랬단다. "아니 선생님 오제봉이도 사세요?" 요즘 서예, 특히 지방 서예가 대접이 이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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