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이규보는 바둑도 그럭저럭 두었던 듯 싶다. 하지만 바둑이 늘 그렇듯 이기기도 하고 지기도 했던 모양.
대국에서 한 번 크게 지고 상대에게 지어준 시가 전한다.
상대를 '어른'이라 한 걸 보면 연장자였던 것 같은데, 먼저 시를 지어서 놀리니 이규보 체면에 가만 있을소냐. 그 시에 차운하여 화답하기를...
다행히 봄날이라 해가 길기도 하나니 / 幸是春天日正遲
곧장 통쾌히 싸워 자웅을 결단하였소 / 直須快戰決雄雌
이겼다고 무쌍의 솜씨라 자부하시지만 / 捷來雖負無雙手
졌다고 어찌 한 번 이길 기회 잊겠소 / 敗去寧忘借一期
왕방처럼 맹렬한 들불을 놓으려 하니 / 欲放王逄橫野火
도개처럼 바람에 흔들리는 방망이가 되지나 마오 / 莫成到漑兀風椎
그대에게 묻나니 이미 판가름 났다고 항복하랴 / 問君已辦降旗不
이야말로 진나라 군사가 치욕을 씻는 때라오 / 此實秦師雪耻時
ㅡ <동국이상국집> 권11, 고율시, "양국준梁國峻 어른과 바둑을 두다가 졌는데 양 어른이 시로써 자랑하므로 차운하다"
왕방은 당나라 때 바둑의 고수였고, 도개는 남북조시대 양의 관료로 바둑을 즐겨 양 무제와 바둑을 두곤 했는데, 어떤 때는 밤을 새웠으므로 꾸벅꾸벅 졸기까지 하자 무제가 ‘초상집의 개 같고 바람에 흔들리는 방망이 같구나’라는 시를 지어 조롱했다고 한다.
2) 고려시대 바둑판 모양이 어떘는지는 사실 잘 모른다. 청자 바둑판의 파편이 몇 전하기는 하지만 전체 모양이 남아있지 않고, 나무 바둑판의 경우는 말할 것도 없다.
그래서 조선시대 바둑판처럼 그려 보았다. 조선시대 나무 바둑판은 지금처럼 바둑알통을 따로 두지 않고 바둑알을 넣기 위한 서랍을 짜 넣은 경우가 많다.
일본 나라 정창원에 있는 백제(것이라고 하는) 바둑판도 그렇게 서랍이 달려 있어, 연원이 오래되었음을 알 수 있다.
바둑돌로는 조개껍질과 자갈돌, 파도에 씻긴 돌을 이용했다고 한다(이색, <바둑돌 이야기記碁>, <목은문고> 권1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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