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상을 바꾸어야 한다.
시각을 교정해야 한다.
왜?
내 생각 내 시선이 다를 수 있고 틀릴 수 있기 때문이다. 아니 한 발 물러나 보면 다르기는커녕, 틀리기는커녕 완전히 헛다리를 짚고 있더라.
무형유산은 일반 덜떨어진 고고미술사 건축학 중심 여타 문화유산이 실체도 없는 원형에 빠져 허우적거리는 것과는 달리
일찌감치 그 딴 게 어딨어
하고선 원형은 패대기치고 저 멀리 전형典形으로 달아나 그것을 성전으로 채택했다.
왜?
원형은 고정이요 박제라 그 어떤 시대변화도 수용하지 못하고 유산을 어느 한 순간 어느 한 시점 어느 한 모습으로 고정하는 까닭이다.
이 원형을 벗어버린 자리에 무형유산은 전형을 갖다놓고선 껍데기보다는 정신을 선택한 것이다.
이 전형을 선택함으로써 족보도 없이 탄생한 이애주 살풀이춤은 유산을 포섭하는 길을 열게 된다.
이른바 국가유산기본법 채택과 더불어 기타 문화유산 또한 원형이라는 유령을 포기한다는 말이 들리기는 하지만,
나는 이것이 유산 현장에 정착하기까지는 몹시도 많은 각성과 시간이 필요하리라 본다.
내가 저 무형문화재위원 두 번을 역임하면서 절감했지만, 원형을 없애고 그 자리에 전형을 채택했다 했지만,
막상 그 심의 현장이 굴러가는 양태를 보면 여전히 원형 타령이라, 그에서 숨이 막히는 경험을 여러 번 했다 해 둔다.
그런 까닭에 이 이야기는 자칫 한때 함께하며 고민한 옛 동료들에 대한 가시돗힌 말이 될까 염려스럽기는 하다만,
저 소싸움을 두고 문화재위원회에서 오갔다는 말 일단을 들어보니
일찍이 원형을 포기했다는 저 무형유산만 해도 여전히 원형이라는 망령을 떨치지 못했음을 본다.
물론 전형이 원형에 대한 완전한 포기를 필요조건으로 까는 건 아닐 것이지마는, 그래도 여전히 원형 타령을 일삼는 흔적을 본다.
저 소싸움을 무형유산으로 지정할 것이냐 아니냐를 두고선, 그 유래에 대한 조사 보강 필요성이 있다는 말이 나왔다고 하고,
또 그런가 하면, 작금의 청도 소싸움이 세시풍속과는 관련이 없는 상시 사행성 혹은 단순 관광상품이요 스포츠니 그것과 무형유산 소싸움은 관련이 없다는 이야기도 나왔다는 말도 들리지만
천만에!
저 청도 소싸움은 무형유산 소싸움의 위대한 현대적 발현이다!
나는 그리 본다. 그것이 현대적 양태, 곧 스포츠와 돈과 관광과 결합했다 해서 그것이 무형유산이 되지 말란 법은 하늘에도 없고 땅에도 없다.
그런 소싸움이라는 유구한 전통이 있었기에, 또 그것이 논란이 적지는 않겠지만,
스페인 투우까지도 일정한 영향을 미쳐 소싸움 자체가 관광상품이 되고 지역경제 활성화에도 도움이 된다는 그런 격발에 힘입어 탄생한 것이라 해도,
그렇다 해서 그것이 어찌 무형유산이 아니겠는가?
저 청도 소싸움은 무형유산의 위대한 성취요 새로운 시대 발현이다.
저 청도 소싸움까지 포괄하는 무형유산 소싸움 논의로 진전했으면 한다.
뇐네 몇 명이서 한가롭게 원형 타령 일삼을 때인가? 그것이 문화재인가? 그것이 무형문화재요 무형유산인가?
이젠 구닥다리 늙은이들은 물러나야 한다.
관광기획가들, 스포츠 기획자들까지 포섭하는 새로운 문화유산 시대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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