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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SAYS & MISCELLANIES

청와대, 연속극 시청에는 제격인 쌍궐雙闕의 금중禁中

by 세상의 모든 역사 2022. 3.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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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대 대통령 박근혜가 연속극 광이라는 사실은 잘 알려졌으니, 그의 재임시절에 한창 주가를 올리던 드라마 제작진과 함께 출연 배우, 특히 그 남자주인공 손을 꼭 잡고 함박웃음 짓던 모습이 나로서는 선연하거니와, 그래 맞다. 지금의 청와대 자리는 연속극 시청에는 왔다인 곳이다.

세월호 침몰 당시 박근혜가 무얼하고 있었는지 지금도 의문으로 남았거니와, 혹자, 아니 많은 이가 연속극 시청 중이 아니었을까 하거니와, 이는 그만큼 그가 연속극 광이라는 사실과 더불어 청와대가 대통령한테는 어떤 곳인지를 가늠케 하는 한 대목이 아닐까 한다.

지금의 청와대는 그 구조를 보건대 전형적인 동아시아 궁궐 구조의 그것이라, 궁전이란 무엇인가? 그 절대군주 제왕帝王이 사는 독점 공간이라, 그런 공간은 일반인은 물론이요 신하조차도 함부로 근접할 수 없는 공간이라 해서 금중禁中이라 일컬었으니, 금중이란 신민의 출입이 금지[禁]된 중앙[中]이라는 뜻이라, 후한시대 채옹이라는 사람이 벌써 그의 왕실제도사 해설서인 《독단獨斷》에서 일컬었으니, 이런 왕이 사는 집을 궁궐宮闕 혹은 금궐禁闕 따위로 썼다.

궁궐이란 말은 宮과 闕을 합친 말로, 宮이란 본래 시황제 이전에는 일반 주거를 지칭하는 일반명사였지만 시황제 이후에는 오직 제왕의 집만을 이리 일컫게 되었거니와, 꼭 궁궐이 아니라 해도 왕족이 사는 배타적인 공간 혹은 그가 죽어서 가는 공간들도 宮이라 썼으니, 그렇다면 闕이란 무엇인가?

대통령 인수위가 공개한 대통령집무실 조감도


闕은 왕실 대문으로 통하는 양쪽 높은 기둥을 말한다. 이 궐은 항상 쌍으로 되었으니, 이 양쪽에 세운 두 기둥 사이로 난 도로를 통해 왕은 자기가 사는 궁과 바깥세계를 들락거렸다. 그 궐은 언제나 다른 건물보다 높았으니 그 위압성을 통해 그 안쪽에 제왕의 절대 공간임을 표상했다.

궐은 세트라서 흔히 쌍궐雙闕이라 했으니, 이 전통은 나중에 동아시아 사회에 불교가 도입하면서 놀랍게도 불교가 그 모티브를 도입해 자기네 표상으로 삼기에 이르렀으니 이른바 동서 쌍탑이 그것이라, 이 쌍탑이 언제나 불교의 절대 배타공간인 사찰에서 석가모니 부처가 정좌하는 대웅전 앞마당에 위치하는 까닭에 바로 이 쌍궐 전통을 직접 계승한 것이다.

지금 청와대가 이러한 쌍궐 구조라 할 만한 압도적 상징은 없다. 그저그런 대문에 지나지 아니하다. 하지만 그 내부 공간 건물배치를 볼짝시면 전형적인 전통시대 동아시아 군주의 절대 배타공간인 금중의 그것이라

우리가 흔히 언론매체를 통해 매양 청와대 혹은 대통령 동정보도에서 흔히 보는 그 건물은 경복궁이나 창덕궁으로 치면 정전正殿 혹은 대웅전에 해당하는 그곳이라, 이곳은 정전인 까닭에 실상 쓸모는 그닥 없다. 이곳에서는 대국민 쑈를 진행하는 의식 공간에 지나지 않는다.

경복궁 근정전? 창덕궁 인정전? 여긴 년중 사용 통계치를 내면 허망하기 짝이 없어 왕이 즉위하거나 세자책봉을 하거나 중국에서 온 사신을 맞을 때나 사용했지 것도 한겨울에는 거의 사용할 일도 없어 꽝꽝 얼음바닥이나 다름 없었으니, 그건 다른 무엇보다 이곳엔 온돌장치가 없어 얼어죽기에 딱 맞는 공간이었다.

마찬가지로 청와대 정전을 차지하는 공간은 사진박기나 하는 데다.
승정원에 해당하는 비서실은 별도 공간이 있어 이곳에서 일했고, 대통령은 대통령대로 다른 집무공간이 있어 그곳에 쳐박혀 계셨던 것이니

우리가 생각할 적에 대통령비서실장이 대단한 권력처럼 보이지만, 실상 청와대에는 비서실을 뛰어넘는 별도 비서실이 따로 있다. 이른바 부속실이라는 데가 그런 데라, 비서실장도 대통령을 면담하려면 이 부속실을 거쳐야 했으니, 실상 최고 권좌는 이 부속실이다.

지금의 청와대


겁이 없던 노무현이 대통령 재임시절에 자기가 두려운 데가 딱 두 군데가 있다는 말을 했으니 하나는 경호실이요 다른 하나가 의전실이라 했다. 이는 청와대 내부에 또다른 부속실이 존재한다는 뜻이기도 하다. 경호실이야 차지철 시대에는 절대 권좌를 누렸지만, 이후에는 대통령 경호라는 고유 업무에 집중하는 경향을 보이기는 했지만, 그래도 그 절대 권위를 누가 감히 넘본단 말인가?

의전실 역시 마찬가지라, 의전이라 하면 고리타분하다 생각하겠지만, 이 의전실은 언제나 대통령 동선과 함께한다.
박근혜 시대에 이 부속실이 어떤 덴지가 유감없이 드러났지만, 겉으로 드러난 대통령비서실장이니 무슨무슨 수석이니 하는 친구들은 생각보다 좃도 아닌 자리였으니, 실상 권력은 이 부속실을 장악한 3인방한테 있었으니, 그네들 직급은 1급에 지나지 아니했다는 사실을 하시라도 잊어서는 안 된다.

이는 역사를 연구하는 사람들한테도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은데 내가 매양 하는 말이지만 신라사의 경우 상대등? 집사부 시중? 그거 하나도 중요하지 아니해서 실제 권력은 역사에도 드러나지 않는 1급 상당 왕의 측근 누군가한테 잊어서는 안 된다.

청와대는 그런 시대의 상징이고 실제 건물배치에서도 그런 점을 유감없이 드러낸다.

윤석열 정부가 그런 청와대를 없애고 실상 천도나 다름 없는 용산시대 개막을 선언하면서 대통령 집무실을 그짝으로 옮긴다고 선언했다. 물론 그렇게 옮긴다 해서 청와대가 상징하는 측근 몰래정치가 일거에 청산한다고 볼 수는 없다. 대통령 중심제인 우리는 전통시대 그 왕조 전통이 매우 강고해서 저런 청와대 전통이 어찌 일거에 없어지겠는가?

또 다른 비선 실세들이 설치는 시대일 수도 있다.

다만 그럼에도 청와대가 상징하는 그 건물배치, 그리고 그에서 비롯하는 측근몰래정치가 일정부분 청산될 수밖에 없는 상징이 없다고는 할 수 없다.

청와대 시대 폐막은 연속극 시대 폐막이다. 용산시대 개막은 적어도 건축물 배치구조로만 보면 광장정치의 개막이다.

우리는 단군조선 이래 단 한 번도 경험한 적이 없는 그 광장시대 개막을 앞두고 있다.

실상 이 광장시대를 청와대 시대에 가장 가깝게 열었던 이가 김영삼이었다. 타고난 대중정치인이었던 김영삼은 집권초반기 공직자 재산공개와 하나회 숙청 같은 대대적인 정풍운동에 힘잆어 지지율 80%가 넘는 고공행진을 벌이는 한편 지금의 청와대를 대폭 개방하고 그 자신은 걸핏하면 전용차에서 내려 시민들 손을 잡았으니, 그야말로 가장 가깝게 간 대중 선동정치인이었다.

나는 윤석열한테서 YS 그림자를 자꾸만 보는데, 워낙 초창기라 그 판단이 어떨지는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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