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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바람에 용마름 벗겨진다는 말이 있다. 젖은 장작이 일단 불이 붙으면 겉잡을 수 없듯이 바람이란 걸 모르고 살다 어찌하여 바람 피는 재미를 알고는 뻔질나게 담벼락 넘어다니다가 용마름까지 벗겨진다는 뜻이다.
용마름이란 무엇인가? 전통 한옥채에서 담장 저 우에 덧씌우는 저 짚풀데기 커버를 말한다. 단면도로 보면 삼각형 혹은 人자에 가깝다. 저걸 씌우는 까닭은 빗물이 스며들어 담장이 무너짐을 방지하기 위함이다.
요샌 저런 주거가 사라지니 용마름 구경하기가 가뭄 끝 모래밭에 난 콩 구경하기랑 진배가 없다.
용마름은 훌렁훌렁 벗겨지는 까닭에 보통 저와 같은 박이나 호박을 심카서 그 넝쿨로 고정하는 수법을 쓴다.
용마름 위로 늘어진 박은 천상 불알 그것이다.
늦바람에 하도 밤중에 담장을 타 넘으니 저 용마름이 버텨낼 재간이 있겠는가?
그것이 아니라 해도 짚은 어차피 썩어 문드러지는 까닭에 1년에 적어도 한 번 이상은 갈아엎어야 한다.
갈아엎어야 새 세상이 열리는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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