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주시립박물관 경내 최규하 생가다. 본래 자리는 아닌 걸로 알거니와 이설했든지 했을 것이다.
최규하라는 사람이야 전문 외교관으로 외무장관을 지냈고 국무총리 재직 시절 10.26이 터지는 바람에 격랑에 휘말려 전두환 신군부가 옹립한 과도기 대통령으로 역사 전면에 등장했다 사라졌거니와 소탈함으로 정평이 난 인물이다.
박물관에서 그제 개최한 법천사지 지광국사 현묘탑 귀환 즈음 학술대회 여장을 이곳에다 풀었으니 마침 때아닌 이른 장마가 빗물을 처마 끝에서 죽죽 그어댔으니
한옥은 역시 비오는 날이 제격이긴 하다.
본채를 중심으로 그에 덧댄 부속 건물에다 머슴들이 유숙했을 문칸방이 있고 그 한 켠엔 마굿간이이라 저에서 본래 소를 길렀는지 자가용 말을 키웠는지는 알 수가 없다.
문젠 저 마굿간.
전형하는 조선시대 사대부가 건물 배치거니와 저 마굿간의 심각한 문제가 실은 소똥 말통이다.
동물을 키운다는 건 두 가지와의 싸움인데 첫째는 꼴이요 둘째는 배설물이다.
엄청난 식성에 세 끼 꼬박꼬박 먹여야 했고 여름철이야 그런대로 꼴을 해다 나르는 일이 지겹긴 했지만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니었으나 풀이 없는 겨울 초봄이 문제였다.
쇠죽은 주로 콩대 볏짚을 삶고 쌀이나 보리를 도정하는 과정에서 나온 딩겨를 섞여 끓여 먹였지만 이 역시 작두질을 해야하는 고역이 있었으니 자칫 그 과정에서 손가락이 달아나기도 했다.
나 같은 쨉손 왼손잡이는 거의 모든 낫이 오른손잡이라 그 시절엔 목장갑 하나 구하지 못해 지금도 오른손 곳곳엔 왼손 낯질이 남긴 상흔투성이라 언젠가 그 상처 헤아리니 열세군데인가에 이르더라.
배설물은 썩혀 거름을 만들어 비료 대용으로 쓰지만 그 거름이란 것도 만드는 일이 고역이라 인분까지 섞고 각종 풀을 베어다가 장기간 묵혔으니 그 냄새가 하도 고약해서 동네선 좀 떨어진 길옆에다 만들곤 했다.
사람이나 동물이나 배설은 곧 파리 모기의 온상이었다. 그런 사정 모르는 이들이야 농가 소를 낭만으로 바라보겠지만 마굿간은 온통 파리의 온상이라 온집안이 그것이 극성하는 여름이면 파리 천지였다.
소나 말은 가분다리라 해서 동물피를 빨아먹는 흡혈족 온상이기도 하다.
이 놈들이 온통, 주로 가랭이 같은데 달라붙어 동물삐를 빨아먹고 사는데 배가 빵빵한 그놈들 배 터쟈 죽일 때 나는 소리 하나는 쾌감을 주곤 했으니 그걸 긁어내는 긁개로 슥슥 긁어주면 그 큰 덩치 소도 시원하다 해서 잠시 되새김을 멈추곤 했다.
소를 키우는 일이 낭만은 결코 아니었다. 나는 저리 키운 소를 팔아먹고 대학을 다닌 사람이다.
선친이 왔다갔다 한다.
혹자는 왜 저 시절을 잊지 못하고 언제나 되새김하느냐 하겠지만, 어느 정도 살게 된 지금도 저 시절 저 가난이 남긴 상흔은 언제나 나 같은 사람들한테는 응어리 한으로 남기 마련이다. 그런 상흔을 후손들한테는 남기게 하지 않겠노라 아둥바둥하는 이유인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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