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이 약탈문화재인가? 핵심가치를 상실한 문화재가 약탈문화재다. 금동반가사유상,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문화재라 하지만, 현재는 국립중앙박물관 불교조각실은 6개월 단위로 교대로 출연하는 이 금동반가사유상이 있어야 할 곳은 대웅전 석가모니 부처님 옆이거나, 그 인근 어느 별도 전각이어야 한다. 출토지를 모른다는 이유로 국가가 강탈하고는 보호를 명분으로 유리창 안에 가두었으니 이것이 약탈문화재 아니고 무엇이랴?
또 언제나 하는 말이지만 국립중앙박물관이 대표하는 국립박물관은 근간이 약탈 창고다. 물론 그 불가피성까지 부정하고 싶진 않지만, 그 불가피성을 이제는 상실한 문화재를 현재도 다수 보유한 점에서 그것은 제국주의 기관이다. 왜 무수한 경주 지역 유물이 대여도 아닌 소유라는 형태로 서울에 볼모로 잡혀 있다는 말인가? 오갈 데 없는 문화재들이야 논외로 치고, 출토지도 명확한 지역 문화재가 왜 이곳을 가득 채운단 말인가?
약탈을 기반으로 삼는 제국주의는 언제나 현지 사정을 내세우며 그네들 소유와 점유 논리를 강화한다. 지방 혹은 현지는 여건이 되지 않는다는 이유를 내세운다. 그 이유는 감시와 처벌로 강화하곤 하는데, 감사 혹은 현지실사를 근거로 봐라! 지방이 이 꼴인데 어찌 현지에 맡긴단 말인가 한다.
작금 한국 박물관계도 걸핏하면 문체부가 전국 공립박물관을 현지실사하고는 그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하곤 하는데, 그 결과는 안 봐도 비디오라 그 처참함이야 말해서 무엇하랴? 예산도 없고 조직도 없는 마당에 이러고도 공립박물관이냐 하는 삿대질 혹은 처벌이 뒤따른다. 요새는 그것을 빌미로 아예 건립 단계에서 옥죄기를 강화해 승인조차 해 주지 않는 일이 빈발한다. 그런 까닭에 요즘 공립박물관 하나 만들려면 몇 번이나 문체부 퇴짜를 각오해야 한다.
이런 일들이 결국은 국가에 의한 강고한 문화재 지배질서를 관철하는 힘으로 작동한다. 결국 믿을 데는 중앙정부밖에 없다는 논리를 양산하는 것이다. 이것이 제국주의를 뒷받침하는 얼개다.
이 논리가 타당한가? 그렇지 않다는 데 문제의 심각성이 도사린다. 총만 주고 총알은 주지 않은 꼴이니, 세금과 인력을 실상 중앙정부가 독점하는 현실에서 지방정부가 공립박물관을 제대로 운영할 만한 재원이나 인력을 확보하겠는가? 돈도 없고 사람도 없다. 그 돈과 사람을 주고서 책임을 물어야지, 총알 없는 총을 주고선 전쟁에서 이기고 오라는 꼴과 무엇이 다른가?
역대 여느 정부 치고 수도권 분산을 부르짖지 않은 데가 있겠는가? 지금의 문재인 정부 역시 틈만 나면 지방분권화를 내세우며, 그것을 뒷받침하는 괄목할 만한 움직임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부동산 가격 폭등하니, 그걸 막겠다며 툭하면 서울과 수도권에다가 신도시 계획을 발표하느라 여념이 없다. 이러고도 무슨 수도권 분산이며 지방활성화란 말인가? 앞서 이야기한 이건희 미술관만 해도 실제 발표를 봐야겠지만, 흘러나는 말을 종합하면 수도권에다가 만들기로 한 모양이다. 사람 많은 데 있어야 사람이 많이 간다는 이유를 대면서 말이다.
국가가 약탈하고는 불법 점유한 문화재는 당연히 반환해야 한다. 언제나 말하지만 국립박물관은 약탈문화재를 불법 점유하는 데가 아니라, 전국 각지에서 전시 교육 등에 필요한 문화재들을 때마다 ‘대여’해서 전시하는 기관으로 이제 변해야 한다. 그런 약탈기관인 박물관이 이제 겨우 지광국사탑 하나 내어 놓았다. 물론 그네들이야 이것이 빌미가 되어 이런 반환운동이 요원의 불길로 번지는 일을 우려할지 모르지만 그것이 왜 우려할 일인가? 돌아가야 하는 문화재는 당연히 돌려보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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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은 2021. 5. 28 원주역사박물관이 주최하고 문화유산연구소 길과 문헌과문물이 주관하는 원주 법천사지 지광국사탑 귀환 기념 학술세미나 '還歸本處'에서 행한 내 기조강연 '우리 안의 약탈문화재를 생각한다' 원고 일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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