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래는 April 26, 2016 글이라, 이 무렵 나는 해직 상태였으니, 더구나 《직설 무령왕릉》 출간 며칠 전이라는 그런 사정을 감안해야 한다.
이에서 말하는 변화가 실은 변화가 아닐 수도 있음을 전제하고 말한다. 다시 말해 원래 그러했는데 나만 모르고 하는 소리일 수도 있다는 뜻이다.
나는 2000년에 《풍납토성 500년 백제를 깨우다》를 내고 이듬해 《화랑세기 또 하나의 신라》를 냈다. 이때는 남들 보기엔 어떨지 모르나 참으로 득의한 시절이라 지금보다 더 자신만만 했고 거칠 것이 없었다. 나이는 딱 삼십대 중반이요 기자생활 8, 9년차였으니 더했을 것이다.
그때는 출판계 사정도 잘 몰라 그냥 책만 내면 되는 줄 알아 출판기념회 같은 자리도 없었다. 그때는 또 나름대로는 도덕이란 게 있어 더구나 현직기자였으니 더더구나 이런 자리를 마련할 생각을 않았다. 그것이 혹여 소위 말하는 출입처 사람들에게 무언의 압박이 될 수도 있다는 판단도 분명히 있었다. 그런 까닭에 증정이 그리 많았다.
이런 증정 중에 기억에 남는 분이 있으니 국민대 사학과에 있던 조동걸 선생이다. 이 분께 《화랑세기》를 보내드렸더니 받는 그날로 전보가 왔다. 잘 받았다는 내용과 함께 장도를 빈다는 말이 친필로 적혔다.
당시엔 성균관대 경제학과에 몸담은 이영훈 현 서울대 교수도 이렇게 하더라. 이걸 보고는 나도 그 흉내를 내려했지만 지금도 단 한번 시도치 못한다.
인문학 분야는 또 여타 출판계, 예컨대 문학 쪽과는 사정이 전연 달라 이쪽은 영리를 목적으로 하는 출판이 상대적으로 거의 없어 소위 학술서적이라는 이름으로 실상은 자비출판이 이뤄지는 까닭에 출판기념회라 해봐야 가까운 사람 몇명 불러다놓곤 밥 먹고 술마시는 일이 대부분이다.
이런 사정은 지금도 크게 변화가 없어 요새도 자기가 책 내고 자기가 그 책 돈 주고 수백 부 사서는 지인들한테 뿌린다.
내가 이 전통을 혁파하려 무진 애를 썼다. 증정 전통 뿌리뽑고 사주기 운동하자고 두어 차례 목청을 높이기도 했다. 한데 이것이 생각보다 효과가 거의 없었으니 우선 나부터가 이것이 결코 되지 않았다. 무엇보다 나는 현직기자라 신간이 거의 출판사에서 보도자료 명목이라는 이름으로 배달이 된 까닭에 그리할 수 없었다.
돌이켜 보면 이것 역시 순전한 핑계였다. 몇 차례 시도했지만, 그러다가 말았다.
얘기가 자꾸 길어진다. 끝내야겠다. 이에 더하여 환경도 변화해 저자가 자기책을 팔아야 하는 시대로 돌입했다는 것이다.
모든 저자는 꿈이 같다. 내 책 내 글이 많이 읽혔으면 한다. 나는 그런 욕심없다는 저자가 정통 인문학엔 그리 많은데 새빨간 거짓말이다. 요새는 신문 서평의 비중이 현격히 줄어 마케팅이 더욱 중요한 시대이며 이에서 저자가 책 장사로 나서야 하는 시대다. 더구나 나는 이제 프리랜서 아닌가?
바라건대 어찌하면 내 책을 많이 선전하고, 그리하여 많이 알릴 수 있을까 하는 일들이 추하게만 보이지 않았으면 하고 빌고 빌뿐이다.
그래도 저 옛날 기고만장하던 시절의 가오는 아직 남았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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